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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엽떡 39그릇' 맞먹는 공연티켓 … 매진 되는 이유

방예별 인턴기자

입력 2026-03-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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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아트센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출처: MDOP 제공)

 

202511월 세계 최고 교향악단으로 불리는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있었어요. 티켓 가격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수준이었죠. 가장 좋은 R석은 55만원, 가장 저렴한 C석도 11만원이었습니다. 55만원이면 '엽기떡볶이'를 무려 39그릇이나 시켜 먹을 수 있는 엄청난 돈이에요. 놀랍게도 비싼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어요. 도대체 두 시간 공연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길래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 걸까요?

 

클래식을 찾는 젊은 세대가 크게 늘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3분기 공연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서양음악 분야 티켓 예매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3%나 껑충 뛰었어요. 예매 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티켓 판매액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어요. 무료이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연이 많아진 상황이죠.

 

국내 공연과 다르게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여전히 수십만 원을 호가해요. 100명이 넘는 단원 항공료와 체류비 그리고 대형 악기 운반비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 연주를 한국에서 직접 감상할 기회는 몹시 드물어요.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희소성 원칙이 작동하여 기본 가격이 높게 형성됩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무조건 비싸게만 팔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전 좌석을 55만원에 판다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애호가나 학생은 관람을 포기할 테고 결국 빈 좌석이 생길 위험이 큽니다. 여기서 공연 기획자는 가격 차별이라는 경제학 마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가격 차별은 동일한 공연이라도 관객 상황이나 선호도에 맞춰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전략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에 최대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을 '유보 가격'이라고 불러요. 기획자는 이 유보 가격을 파악해 세밀하게 좌석 등급을 나눕니다. 열성적인 팬은 무대가 잘 보이는 앞자리를 위해 기꺼이 높은 금액을 지불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변하지 않을 때 비탄력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반면 음악 자체를 즐기고 싶은 관객은 시야가 다소 가려지더라도 저렴한 뒷자리를 선택합니다. 구역을 나누면 다양한 지불 능력을 지닌 관객 모두를 공연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관객 유보 가격을 고려해 문화예술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를 다방면으로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인천 아트센터인천은 같은 주제 공연을 3회에서 5회 묶어 30% 할인해 주는 패키지 예매 지원 사업을 시행해 관객 부담을 덜어주고 있죠. 예술의전당 역시 만 24세 이하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싹틔우미 회원 제도를 운영하여 지정 공연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합니다.

 

시간에 따른 가격 차별화 전략도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일찍 표를 사는 관객에게 조기 예매 할인을 제공하면 기획자는 공연 운영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요. 반대로 공연 당일 남은 좌석을 싸게 파는 데이 시트 제도도 있죠. 빈자리로 남겨두면 수익이 아예 없지만 저렴하게라도 표를 팔면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십만 원짜리 비싼 프리미엄 좌석에는 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초대형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획사는 기업 후원을 적극적으로 모아야 해요. 후원 기업은 VIP 고객이나 임직원에게 제공할 초대권을 대량으로 확보하게 되죠.

 

티켓 가격이 비쌀수록 기업이 나눠주는 초대권 가치 역시 함께 상승해요. 5만원짜리 표보다 55만원짜리 표를 무료로 받았을 때 고객이 느끼는 보상과 혜택이 훨씬 크게 다가오게 마련이죠. 후원 기업 입장에서는 고가 공연 티켓을 제공해야 브랜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고 투자 대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어요. 공연 주최 측 역시 이러한 후원 기업 기대 효과를 충족시키고자 최고가 좌석 가격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설정할 강력한 이유를 갖게 됩니다.

 

55만원짜리 티켓은 해외 오케스트라가 지닌 희소성과 다양한 관객 지갑 사정을 철저하게 계산한 가격 차별 전략 그리고 기업 초대권 마케팅이 맞물려 탄생한 결과에요. 비싼 가격표에 놀라기보다 그 속에 숨은 경제 원리를 알고 본다면 공연장 풍경이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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