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손님 몰려 대박 났는데 사장님은 왜 떠날까

방예별 인턴기자

입력 2026-03-02 09:06
목록

성수동 풍경(방예별 촬영)

성수 풍경(방예별 인턴기자 촬영)

 

"- 쾅쾅!"

 

'철강 정밀 주물 시엔시(CNC)'라고 투박하게 적힌 낡은 간판 아래로 거친 기계음이 쏟아집니다. 쇳가루가 날리는 철공소와 기름때 틈으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요. 귀여운 소품 가게와 향수 공방, 네 컷 사진관이 기계 소리와 묘하게 어우러져 있죠. 투박한 공장 동네에 돈이 돌기 시작하며 새로운 유행이 막 꿈틀거리는 모습입니다.

 

돈이 더 많이 몰려든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요? 불과 얼마 전까지 수제화 장인들이 땀 흘리던 골목은 이제 '팝업스토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건물을 통째로 빌려 만든 거대한 매장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죠.

 

동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지도도 바뀌고 있어요. 무신사나 크래프톤 같은 유명한 회사들이 강남을 떠나 성수동으로 이사하고 있거든요. 낡은 공장과 화려한 가게가 섞인 독특한 분위기가 젊은 직원을 모으기에 좋고 사무실을 빌리는 값도 강남보다 비교적 싸기 때문이죠. 46년 동안 자리를 지키던 레미콘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성수동은 이제 회사가 모여 있는 업무 지구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돈이 몰리는 곳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하루 빌리는 돈이 2000만원을 넘기도 하고 땅값은 평당 4억원까지 치솟았죠. 동네를 '(Hip)'하게 꾸민 예술가와 가게 사장님은 비싸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동네로 떠나게 됩니다. 예술가들이 떠나고 나면 동네가 품은 원래 매력은 사라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똑같이 채워지죠. 이를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해요.

 

마지막에 동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과거 유행을 이끌던 신사동 가로수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가로수길 상가 중 45%가 빈 가게라고 해요. 건물 두 곳 중 한 곳은 빈 셈이죠. 근처 부동산 관계자는 "2018년에 애플 스토어가 시세보다 비싼 20년치 월세 600억원을 한 번에 낸 충격이 아직도 크다"고 설명했어요.

 

사람으로 북적이는 성수동과 달리 가로수길에는 썰렁한 기운마저 맴돌았어요. 과거 '패션 성지'라 불리던 명성은 이제 성수동으로 옮겨간 분위기죠. 가장 사람이 붐비는 애플 스토어 양옆과 건너편 매장도 텅 비어 있었어요. 유리창에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깔세'를 구한다는 종이도 곳곳에 붙어 있었죠. 신사역에서 멀어질수록 빈 매장은 늘어나고 간판을 떼어낸 자리에 옛날 브랜드 로고 자국만 흐릿하게 남았어요. 가로수길 골목 안쪽 '세로수길'에만 작은 가게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죠.

 

가게가 텅 비어 파리만 날리는데 건물 주인들은 왜 월세를 깎아주지 않을까요? 그냥 비워두는 것보다 싸게라도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이득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바로 '건물 가격'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건물 가격은 매달 들어오는 월세 수익을 기준으로 매겨지거든요. 만약 월세를 낮추면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면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이 대출금을 갚으라고 독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주들은 차라리 가게를 비워둘지언정 월세는 내리지 않는 겁니다.

 

기계 소리가 울리는 문래동에서 화려한 성수동, 그리고 텅 빈 가로수길까지 사람이 모여 동네가 뜨면 돈이 몰리고 결국 그 돈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떠나는 현상을 볼 수 있어요. 여러분이 평소 자주 가는 동네는 지금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나요? 다음 방문 때는 화려한 간판 뒤에 숨겨진 자본 순환 흐름을 곰곰이 짚어보는 편도 좋겠습니다.

방예별 인턴기자

인쇄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틴매경
구독 신청
매경TEST
시험접수
매테나
유튜브
매경
취업스쿨
매일경제
아카데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