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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물적·인적 자본이 부자 나라 만드는 원동력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2-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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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sk 생성

(출처: Whisk 생성)

 

지구 반대편에 사는 두 소년의 아침을 상상해 볼까요. 미국에 사는 케빈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태블릿PC와 인터넷을 활용해 전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며 공부합니다. 반면 아프리카 콩고에 사는 코피는 가족이 마실 물을 긷기 위해 매일 아침 수 ㎞를 걷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낡은 교실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대여섯 명의 친구와 돌려 봅니다. 이 두 소년이 겪는 일상의 격차는 국가 간 경제 수준 차이를 쉽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두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합니다. 2025년 미국의 1인당 GDP는 추정치가 대략 9만달러 수준입니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은 2000달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부자 나라가 되려면 단순히 국민이 쉬지 않고 일하는 것보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의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해를 위해 일상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물건을 배달할 때마다 3000원을 받는 두 배달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자전거를 이용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동차를 이용합니다. 두 사람 모두 하루 8시간 동안 똑같이 성실하게 일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하루에 10번 배달하는 반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80번 배달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전거 배달원의 소득은 3만원에 그치지만, 자동차 배달원의 소득은 24만원이 됩니다. 두 사람의 노력은 비슷할지 몰라도 사용하는 도구, 즉 물적 자본의 차이가 소득의 결정적인 격차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처럼 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은 노동의 양보다는 노동자가 활용하는 물적 자본의 수준, 그리고 기술과 인적 자본에 의해 결정됩니다. 실제로 고소득 국가들은 노동자 1인당 보유한 기계나 설비 같은 자본량이 저소득 국가보다 10배 이상 많은 경우가 흔합니다. 같은 시간 일을 하더라도 결과물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단순히 물리적인 기계나 시설이 많다고 해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유지하고 보수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인 인적 자원이 함께 축적돼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평균 교육 연수가 13년 이상인 반면, 저소득 국가는 6년에서 7년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학교에 머무는 시간의 길이를 뜻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 그리고 복잡한 과업을 여러 사람이 협력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로 직결됩니다. 인적 자원이 충분히 축적될 때 비로소 개인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거대한 일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물적·인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은 저축과 투자입니다. 현재의 소비를 일부 줄이고, 미래의 생산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기계 같은 생산설비와 교육·훈련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스템이 발전한 오늘날에는 자국의 저축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을 통한 외국 자본의 유입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바로 국가의 신용도와 대외적 신뢰입니다. 국가 신용도가 높은 나라는 외국 자본을 더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24년 동안 대체로 연 4%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반면 시장 신뢰가 낮은 엘살바도르·케냐와 같은 국가는 국제 시장에서 10% 이상의 금리를 요구받기도 합니다. 결국 자본이 가장 꺼리는 것은 '자원 부족'보다 '불확실성'입니다. 재산권이 안정적으로 보호되고 계약이 집행되며 정책이 예측 가능할 때, 외국 자본은 안심하고 유입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 간의 소득 격차는 단순히 부지런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도구(물적 자본)를 가지고 일하는지, 각 사람의 기술과 능력(인적 자본)이 얼마나 깊이 있게 축적돼 있는지, 그리고 투자가 가능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에 따라 소득수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한 나라가 진정으로 잘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치보다는 자본을 꾸준히 축적하고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을 구축해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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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등급

 

국가신용등급은 한 국가가 국채·외채를 약속한 시점에 상환할 능력과 의지를 나타내는 '신용 점수'.

S&P·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 회사가 정부 부채와 재정수지, 성장잠재력, 물가·환율 안정,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금융시스템 건전성, 정치·제도 안정성, 그리고 외화 부채 상환 여력까지 종합해 AA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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