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윤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4-12-19 17:30teen.mk.co.kr
2025년 02월 13일 목요일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많은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녀공학 전환'은 대학 혁신을 목표로 출범한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단과대학 발전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이후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학교 측은 "공학 전환은 학교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동덕여대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공학 전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이후 학생들은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학교 곳곳에는 '공학 전환 반대'를 외치는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대자보와 연대 서명 등 학내 시위가 이달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학·학생 경쟁력 높일 방안
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은 학생 수 감소 등의 이유로 꾸준히 논의되어 온 주제입니다. 동덕여대에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5년 이원복 전 총장이 "성별을 초월한 경쟁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남녀공학 전환을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큰 변화 없이 논의는 중단되었습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2030년까지 학교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으로 공학 전환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됐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학과 개편을 통해 미래지향적 전공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와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학과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논의라는 설명입니다.
▷여대 존재 필요성 줄어들어
과거에는 여대가 여성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남녀 간 교육 기회의 차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여대는 필요성과 명분이 퇴색된 채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구조의 산물로 남아 있습니다. 특정 성별만을 위한 교육 환경은 오히려 성별에 따른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거나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성들을 남성 범죄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여대라는 울타리에 머물게 하겠다는 논리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대가 물리적 분리를 강조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직장이나 가정생활에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보다는 더 강화할 위험도 있습니다.
▷학생들과 논의 과정 생략돼
여대는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공부할 수 있는 '해방의 장소'로 발전해왔습니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덕여대는 여성의 교육권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라며 "학교의 설립 이념에 반하는 남녀공학 전환은 논의조차 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학생들과의 논의가 생략된 학교의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한 재학생은 "우리는 동덕여대로 알고 입학했는데, 왜 논의도 없이 전환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삼성에 입사했는데 갑자기 회사 이름을 샤오미로 바꾸는 것과 같은 충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성차별·성폭력 불안감 커져
학생들이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범죄 발생 우려입니다. 특히 2018년에 발생한 '알몸남 사건'이 주요 근거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한 20대 남성이 동덕여대 대학원 건물에 침입해 강의실과 여자 화장실 입구에서 음란 행위를 하고 이를 촬영해 SNS에 유포한 사건입니다. 이후 여대를 겨냥한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대학은 학생들의 요구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동덕여대 한 재학생은 최근 서울대생들의 딥페이크 사건을 언급하며 "여학생들에게 여대는 아무 데서나 자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드는 공간"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여대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성폭력과 성차별이 여전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