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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1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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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경각심 깨울 것˝ vs ˝소송남발 부작용 우려˝

장해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입력 2024-08-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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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처분 대입 반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르면 각 대학은 2026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에서 학교폭력(학폭) 조치 사항을 필수로 반영해야 합니다. 서울대는 "학폭 관련 기재 사항이 있는 경우 정성평가해 서류평가에 반영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성균관대, 서강대는 접촉·협박·보복 금지 이상의 처분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총점 0점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의 경우 전학·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사실상 불합격 처리합니다. 이에 대해 당연한 제약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학폭 원인과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처벌이라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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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 필요

날로 교묘해지고 심각해지는 학폭 양상에 비해 현재 학교 측 대응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제도는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피해 학생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신고한 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기다리게 됩니다. 학폭위가 열려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인정하더라도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서면 사과와 분리 조치, 교내 봉사 정도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실제로 가해자가 받을 수 있는 1~9호의 처분 중 8호의 강제전학 처분은 전체 2%도 되지 않습니다.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재범의 요인을 그대로 안고 학교로 돌아갑니다. 실제 학폭 재범 학생의 10명 중 7명은 1년 이내 다시 학폭을 저지릅니다. 찬성 측은 가해자들이 현 수준 이상의 정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학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강화

교육부 대책의 핵심은 학폭 가해자가 졸업 후에도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학폭 가해 기록 보존 기간도 올해부터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납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고 피해자 구제에 힘쓰는 일에 우리 국민 열에 아홉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폭예방연구소에서 19~59세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폭 대응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살펴본 결과 우리 국민의 91.2%는 학폭 조치 사항이 대입 정시에 반영되는 데 찬성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간 학폭에 안일한 온정주의로 피해 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입 반영으로 가해자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학폭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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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복지 강화 등 근본적 해결책 필요

반대 측은 학교폭력 대입 반영이 폭력 근절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가해자가 특별한 악의를 갖고 저지르는 사건도 있지만 부모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배려를 받지 못한 학생이 경제적 빈곤이나 차별,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였을 때 저지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생기부 기재와 대입 반영 규정은 단순히 개인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교육적 관점에서 행위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등 학생들의 복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설령 가해자라 할지라도 악한 사람으로 규정짓고 단죄하기보다는 설득하고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다수 학교의 자교생 입시 성공과 학교 위상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소송 남발 가능성, 학교의 책임 가중

대학 입시에 학폭 전력을 반영하면 가해 학생과 부모는 어떻게든 학생부 기재를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게 될 것입니다. 학폭 관련 법률시장이 더 커지고 법적 다툼이 잦아지면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학폭위는 가해자 처분에 앞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시시비비를 밝혀야 하지만 사안 조사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제약 속에서 제재와 처벌이 강화될수록 법적 다툼은 심해질 것이고, 학교에서 끝도 없는 싸움이 이어질 것입니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국장은 "교육적으로 양측이 원만하게 회복될 수 있는 길을 막게 되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징벌과 사법적 절차가 강조될 때,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의 차별과 폭력은 은폐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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