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새우와 베이컨을 넣어 매콤하고 부드러운 투움바 파스타를 만들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장지후 군(19)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기존 레시피를 취향에 맞게 변형해 요리하거나 자신만의 꿀조합을 만들어 먹곤 합니다. 장군은 "기성 제품을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어, 따라 만들기도 하고 이것저것 새롭게 시도해본다"면서 "SNS에서 유행한 레시피나 식품 조합을 상품화해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모디슈머'란 수정한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가 더해진 단어로, 기성 제품에 소개된 조리법이나 사용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새롭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수정·조합·변형하여 요리나 제품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메뉴와 레시피를 시도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은 후 관련 영상이나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존 관습이나 제품 사용법을 획일적으로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새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따라하는 것을 재미있는 요리놀이로 인식합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도 모디슈머 트렌드에 일조했습니다.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면서 '신상출시 편스토랑' 같은 TV프로그램과 'AmiAmi: 아미아미', '면상호' 등 먹방 유튜버가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SNS로 요리 꿀팁과 일상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 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모디슈머 기원에는 '짜파구리'가 있습니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조합해 만든 라면으로 예능 '아빠! 어디가?', 영화 '기생충' 등에 레시피가 소개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후 각종 라면의 변형 레시피들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레와 너구리 라면을 조합한 '카구리', 우유·치즈와 진짬뽕을 조합한 '크림 진짬뽕', 순두부 열라면, 까르보불닭 등의 레시피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어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모디슈머 열풍은 최근 뷰티업계에까지 확대됐습니다. 정해진 용도 외 다양하게 활용하는 '용도파괴' 뷰티 제품들이 인기입니다. 파운데이션을 입술에 발라 립 제품의 색감을 더 예쁘게 연출하는 유행은 곧 립 펜슬·누드 립으로, 오동통한 입술 연출을 위해 하이라이터를 입가에 바르는 유행은 글로시립·립 플럼퍼와 같은 신제품 출시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화장품과 의약품을 섞어 나만의 스킨케어를 만드는 'DIY 케어'도 유행입니다. SNS에서는 약국 뷰티템 조합 추천이나 후기를 담은 영상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