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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2일 토요일
Cover Story 패션·식품·문화 … 일본 휩쓰는 K프리미엄 현상
"What's your ETA, What's your ETA."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의 거리는 K팝(K-POP)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랜덤 플레이 댄스에 참여하기 위해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입니다. 랜덤 플레이 댄스란 참가자 100명 이상이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K팝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행사인데요, 매달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1시간 동안 40곡의 K팝에 맞춰 춤을 추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 편의점에는 한국 음식을 주제로 한 기획 행사인 '한국 페어'가 등장했습니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입구에는 일본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불닭볶음면뿐 아니라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크룽지, 약과 디저트, 10원빵 등이 정렬돼 있고 벽면에는 한국어로 '불닭볶음면 먹어보세요'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나 브랜드는 한국색을 지워야 생존하는 데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K(한국)를 붙여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K프리미엄이 일반적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파급력이 한층 커졌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한국 트렌드를 접하고 관련된 패션 아이템과 브랜드까지 관심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미즈 씨(19)는 "일본 틱톡에서는 한국 연예인들의 자기관리법이나 패션 아이템을 알려주는 영상이 유행"이라며 "한국인처럼 꾸미는 일본인들의 커뮤니티가 따로 존재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한 국내 드라마와 영화 수출은 등장인물이 입은 옷과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화장품, 식품의 유행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 넷플릭스 순위에서 10주간 1등을 차지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이 양념치킨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일본 BBQ는 매장을 10개 이상 추가로 열고 굽네치킨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넘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손예진이 화장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해당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이 57.3%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내 한류의 인기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토리 세대의 소비도 일조합니다. 사토리 세대는 민족주의와 상관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본의 MZ세대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동안 한국문화의 일본 진출에 가장 큰 저해 요인은 '두 나라의 정치·외교적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사토리 세대가 한류의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며 더 이상 인기를 흔들 위험 요소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택시기사 기쿠오 씨(49)는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부모가 보는 겨울연가·대장금을 시청하고 초등학교 당시에는 소녀시대와 카라 무대를, 고등학교 때는 방탄소년단과 불닭볶음면을 접하는 등 한류를 태어날 때부터 깊게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