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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3일 목요일
지난달 플레이브의 새 디지털 싱글 '펌프 업 더 볼륨!(Pump Up The Volume!)'이 발매된 지 1시간 만에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차트에서 1위에 올라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플레이브가 가상 세계의 아이돌, 즉 버추얼 아이돌이기 때문입니다. 버추얼 아이돌이란 컴퓨터그래픽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2차원(2D)·3차원(3D)의 아바타(가상 인물)로 활동하는 디지털 세상 속 아이돌입니다. 실제 사람이 모션 캡처 장비를 착용한 후 춤추고 노래를 부르면 아바타도 이를 따라 움직입니다. 아바타 뒤 실존 인물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버추얼 아이돌과 팬 사이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기존 K팝 아이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플레이브 등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이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당시 방문객은 10만명, 매출은 70억원을 넘기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지상파 음악 방송 1위에 오르거나 단독콘서트에서 7만명의 동시 접속을 이끄는 등 대한민국 음악산업이 주목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1990년대 후반에도 사이버 가수가 등장해 반짝 관심을 모았지만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력과 콘텐츠 생성을 뒷받침할 자본력이 부족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과거에는 사이버 가수 한 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AI와 가상현실(VR) 기술 발달로 실제 가수 데뷔보다 더 적은 비용을 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어설프게 닮아 불쾌함을 자아냈던 비주얼은 △모션 캡처 △얼굴 인식 △음성 합성 등 고도의 콘텐츠 제작 기술이 적용되면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표현 방식 역시 풍부해져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가상세계 아이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사이버 가수는 팬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지만 최근 기술 발달로 팬사인회, 실시간 소통방송까지 가능해졌습니다.
팬들도 '사생활 노출이 없고 사건·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양방향 의사소통까지 원활한 버추얼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버추얼 아이돌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고도희 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리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주얼이 달라질 일도 없으니 꾸준히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