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나은 인턴기자
입력 2025-10-27 09:01teen.mk.co.kr
2026년 01월 13일 화요일
Cover Story 응원 도구가 갈등 불씨로 …
(Whisk로 생성한 그림)
"이건 단순한 '응원봉'이 아니에요."
지난 9월 여성 밴드 QWER이 내놓은 응원봉 하나가 K팝 팬덤 전체를 흔들었어요. QWER이 공개한 둥근 확성기 모양의 응원봉이 남성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응원봉과 비슷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디자인 문제일지 모르지만 팬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르죠. 응원봉은 '응원 도구'가 아니라 그룹의 정체성과 팬의 자부심이 깃든 상징물이기 때문이에요.
(출처: 각 소속사)
논란의 시작은 9월 16일. 당시 QWER이 공식 MD로 확성기 모양의 응원봉을 공개했어요. 하지만 2021년부터 확성기 형태 응원봉을 사용하고 있던 더보이즈의 팬덤이 거세게 반발했죠. 공식 MD는 아티스트·드라마·콘서트 등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판매하는 굿즈(굿즈샵 상품)를 뜻합니다. QWER과 더보이즈의 응원봉은 각각 둥근 확성기 원 모양, 하트 모양의 확성기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세부 요소는 다르지만 응원봉의 핵심인 '확성기'라는 형태가 겹친다는 점에서 논쟁이 시작됐어요. 더보이즈의 팬덤은 "확성기 형태 응원봉은 더보이즈의 상징"이라며 가요계 선배의 공식 응원봉과 유사한 형태를 채택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QWER 팬덤 측은 "확성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형태"라고 반박했어요.
팬덤 간 갈등이 커지자 양측 소속사도 입장을 냈습니다. 더보이즈 소속사 원헌드레드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두 응원봉의 유사성에 유감을 표했어요. 이어 법적 절차를 밟고 관련 기관들과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QWER 소속사 쓰리와이코프레이션·프리즘필터 측은 "QWER의 공식 응원봉은 디자인적으로나 저작권상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어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멤버들 본인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급하며 팬덤 간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슈는 K팝 전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중립적 입장으로 양 당사자 간 조정·중재,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중재에 나섰어요.
논란의 중심에 선 응원봉은 K팝 팬덤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아이템이에요. 1990년대 H.O.T., 신화 등 1세대 아이돌 팬들이 색깔 풍선을 사용했던 것에서부터 가수 세븐과 빅뱅을 시초로 응원봉 문화가 자리 잡았죠. 이후 K팝 그룹들은 응원봉의 고유한 색과 모양으로 개성을 표현해왔어요. 뿅망치 모양인 블랙핑크의 '뿅봉', 야구배트 모양인 아이콘의 '콘배트', 토끼 모양인 뉴진스의 '빙키봉' 등이 대표적이죠.
이처럼 오늘날 K팝 응원봉은 가수와 팬덤의 정체성을 반영해 출시돼요.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자신이 속한 팬덤의 상징이 겹치거나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작권법상 '산업디자인'의 범위는 모호하고, 문화적 창작물로서의 보호 기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응원봉처럼 상징성과 창의성이 결합된 아이템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워요. 지금까지는 후배 가수가 선배 가수의 응원 색이나 디자인을 피하는 식으로 도의적 합의가 이뤄졌어요. 하지만 이번 사안처럼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된 건 드문 일입니다. 앞으로는 응원봉뿐 아니라 굿즈와 콘텐츠 제작 전반에 있어서도 창의성과 저작권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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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QWER·더보이즈
'확성기 응원봉' 두고 충돌
소속사간 갈등으로 번지자
업계 협회까지 나서며 중재
법 사각지대 놓인 K팝 굿즈
저작권 보호 기준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