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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용권, 비용 더 들어도 만족스러운 까닭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11-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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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패키지. 매경DB
휴양지 패키지. 매경DB



Q.지난 주말 놀이공원에 다녀왔어요.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많았는데, 줄이 길어서 결국 몇 개 못 타고 온 거 있죠.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는데, 놀이기구 세 개밖에 못 타고 오다니요! 재밌게 놀고 오긴 했지만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사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입장권만 사서 들어갈까 고민도 했었어요. 오늘도 사람이 많은 걸 예상하긴 했거든요. 함께 간 친구들이 자유이용권을 고집하길래 저도 함께 자유이용권을 구매했어요. 기구 탈 때마다 표를 살 생각하니 꺼리는 마음도 있긴 했고요. 비용이 더 드는 걸 알면서도 자유이용권을 사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A. 연휴나 주말에 놀이공원에 가면 사람이 참 많습니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엔 매우 긴 줄이 늘어서 있죠. 저도 자유이용권을 사서 들어갔는데, 줄 서는 데 시간을 많이 써서 놀이기구를 몇 개 못 타고 나온 적이 있어요.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고, 기구 하나 탈 때마다 돈을 내는 게 비용면에서 더 저렴합니다.

휴양지 여행 상품도 비슷해요. 호텔 숙박뿐 아니라 스포츠 액티비티, 스파, 마사지, 바비큐 등등 여러 가지 활동과 서비스를 모두 제공해주는 여행 상품이 있습니다. 일종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같은 거죠. 예전에 이런 여행 상품을 택해서 발리에 여행한 적이 있는데,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저희 가족이 이용한 활동, 서비스, 숙박료를 각각 따로 계산해 보니 그게 더 저렴하더라고요. 저랑 함께 간 친구 가족은 모든 활동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지불했습니다. 숙박료도 여행하며 지불했죠. 모두 똑같은 걸 즐기는 여행을 했지만, 제가 친구보다 여행 만족감이 더 높았어요.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연구에서도 신기하게 각각 따로 비용을 지불해서 더 적은 금액을 지불한 사람들이 패키지로 모든 비용을 묶어서 더 높은 비용을 한 번에 지불한 사람들보다 만족감이 낮았어요. 이용한 서비스의 양과 질은 같고, 더 적은 비용을 지불했으면 만족감이 더 커야 하는데 말이에요. 왜 그랬을까요?



'지불의 고통'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지불할 때 고통을 느낍니다. 저는 여행비를 한 번에 지불했어요. 여행 떠나기 한참 전이죠. 큰돈이 한 번에 나가니까 결제하기 전에 고민하고 카드를 내밀며 두 손이 떨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행할 땐 이미 지나간 옛일이 되었습니다. 여행 시에는 지불의 고통을 이미 잊은 지 오래되었죠. 하지만 친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다보니, 이 서비스를 이용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했어요. 또 이용하면서도 지불의 고통을 매번 느낀 거죠. 저는 발리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친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댄 애리얼리의 관찰에 따르면, 이렇게 매번 이용 시마다 결제하는 게 소비를 덜 하도록 절제시키는 효과가 분명 있어요. 하지만 전반적인 만족감의 정도, 행복감으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패키지로 미리 높은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 여행을 온전히 즐기며 더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 머릿속에서 은연중에 매번 소비할 때 지불의 고통을 느끼기 싫기에, 놀이공원에서는 자유이용권을 구매하고, 풀옵션의 여행 상품을 고르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지불의 고통을 제거하면 돈을 보다 더 자유롭게 쓰고 소비를 더 많이 즐기게 돼요. 반대로 지불의 고통을 늘리면 지출에 대해 절제를 하게 돼서 지출이 줄어들지요. '행복하려면, 미리 돈을 많이 지불하세요'가 결론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대학 입학 축하 기념 가족 여행이나, 일생에 한 번 가게 되는 신혼여행이라면 지불의 고통을 줄이고 평생 한 번밖에 없는 경험을 마음껏 즐기는 게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상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져요. 하굣길에 과일주스를 자주 마시고자, 주스 가게에 미리 20잔 주스 가격을 지불해 두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미리 20잔어치의 비용을 내두면, 20잔 주스를 마실 때까지 공짜라고 느끼며 매일 마시게 될 수 있거든요. 한 잔 마실 때마다 지불해야 하면 한 달에 10잔 마실 걸 이렇게 미리 결제해두면 한 달에 20잔을 마실 수도 있을 거예요. 미용실에 회원권으로 20만원 혹은 30만원을 미리 결제해두면 그 금액에서 갈 때마다 시술 비용을 차감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저도 이렇게 회원권을 끊어서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회원권이 있으면 '파마를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이 확실히 줄어들어요. 이왕 회원권이 있으니 더 여러 가지 시술을 맘 편히 하게 되더라고요. 회원권으로 결제하면 할인이 있는 경우, 그 할인으로 인한 혜택과 내가 괜히 더 헤프게 쓰게 되는 단점을 잘 고려해서 결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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