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사회과 교사
입력 2024-08-30 10:53teen.mk.co.kr
2025년 03월 28일 금요일
Q.이제 2학기가 시작됐네요. 지난주에는 여름방학 숙제를 몰아서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사정을 얘기해서 기한을 일주일 늘려서 어제까지 겨우 마무리했어요.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천천히 조금씩 해야지 싶었는데 말이죠. 저는 항상 수행평가, 과제가 있을 때 마감이 될 때까지 미루게 되더라고요. 미루는 습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의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운동하기와 건강 식단 관리하기 등 스스로 약속하지만, 꾸준히 유지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매일 아침 출근 전 30분 운동하고자 하지만, 편안한 이불 속에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에 미루게 되는 날이 참 많아요. 당분 섭취를 줄이겠다고 결심하고서도, 나른한 오후 달달한 게 당길 때 누군가 초콜릿 케이크를 내밀면 안 먹을 수가 없고요! 운동과 다이어트는 '내일부터'가 되기 일쑤예요. 눈앞의 만족을 위해서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하게 되는 '미루기'. 과제물을 제출해야 하는 학기 말에 유독 아프거나 집안일이 생기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것도 미루기와 연관 있지 않을까요? 물론 학기 중 무척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학기 말 즈음 되니 체력적으로 지쳐서 병이 난 친구도 있을 수 있겠지만요. 해야 할 일을 미루기. 누구나 경험이 있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미루는 습관을 줄일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수업에서 해 본 실험을 한번 얘기해 볼게요. 학생들에게 수업과 관련한 탐구과제를 한 학기 동안 세 개씩 제출하도록 했어요. 수업에서 배운 경제원리가 적용된 사례를 찾아 써오는 거였어요. 저는 3년에 걸쳐 동일한 과제를 주고, 마감일을 다르게 적용했어요. 첫 번째 해(A그룹)에는 학생들에게 과제 세 개를 학기 마지막 날 한 번에 내도록 했고, 두 번째 해(B그룹)에는 첫 번째 과제는 학기 시작한 지 5주 차에, 두 번째 과제는 10주 차에, 세 번째 과제는 15주 차에 내도록 세 번의 마감일을 주었죠. 세 번째 해(C그룹)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마감일을 정하도록 했어요. 스스로 마감일을 정할 땐 세 개 과제를 한 번에 내겠다고 정해도 되고, 세 개 과제를 각각 다른 날 내겠다고 정해도 되었지요. 스스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고 세 번으로 나눠서 제출하고자 계획을 짠 학생들도 있고, 학기 말에 한 번에 내겠다고 한 학생들도 있었어요.
저는 3년간 과제물을 채점해 성취도를 비교해봤어요. 학기 말 한 번에 세 개의 과제물을 내도록 했던 첫 번째 해 학생들의 과제물 성취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마감을 지키지 못한 학생들의 수도 가장 많았고요. 평균적으로 보면, 두 번째 해 학생들의 과제물 성취도가 가장 좋았어요. 과제물의 마감 기한을 늘려 달라는 요청도 가장 적었고요. 세 번째 해의 경우, 스스로 마감일을 세 번으로 나누어 정한 학생들의 과제물 성취도가 세 개 과제물을 학기 말 한 번에 제출한 학생들의 과제물 성취도보다 높았습니다. 스스로 마감일을 세 번으로 나눠서 정한 학생들만 놓고 보면 그들의 과제물 성취도가 두 번째 해 학생들의 평균보다도 살짝 높았어요.
이 결과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가 발견한 두 가지를 정리해볼게요. 첫 번째, '미루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감을 나눠서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두 번째, 누군가가 정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계획을 짜서 마감을 나누어 정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은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이때, 자신이 미루는 경향이 있는 걸 알고 스스로 마감을 나눠서 계획하는 게 성취도를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되고요. 3년에 걸쳐서 했던 실험이다 보니 대상 학생들의 성향이 달랐고, 각 해에 생긴 사회 이슈 등도 달라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미루고자 하는 습관이 있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 어떤 일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면 미루기 습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맞을 거예요.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반드시 자신이 그 계획을 지키게 만드는 강제 수단을 활용하면 더 좋을 거고요. 예를 들어,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힘들다면 친구와 시간 약속을 해서 함께 조깅을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여러분도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자신만의 절제 도구를 마련하면 미루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