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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경제학] 저금리에 부동산 '빚투' 늘어…금리 급격히 오르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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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1-04-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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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한번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작은 습관이 쌓이고 쌓이면 한 사람의 건강, 부의 축적을 비롯한 경제적 성공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개인의 일생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서도 국민의 경제 습관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람들의 습관처럼 국가 경제의 습관도 한번 형성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Q. 평균소비성향은 무엇인가요.

A. 평균소비성향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 습관'이다. 평균소비성향은 민간에서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가계의 소비액을 세후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평균소비성향 같은 지표들은 수많은 개인의 소비행태가 모인 집합체인 만큼 다양한 요인을 반영한다. 소비와 관련된 사회적 관습에서부터 금리나 고용 안정성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 이르는 복합 다변한 요인들의 총체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은 78.9%로, OECD 평균 92.5%(한국 평균소비성향 제외)보다 13.6%포인트 더 낮은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세계적으로 잘사는 다른 국가 사람들에 비해 소비를 유달리 꺼리는 경향이 있음을 뜻한다.


Q. 저축과 경제성장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A. 1987년 경제성장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교수는 저축률(또는 평균소비성향)과 경제 성장 간의 관계를 간단한 모형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많이 할수록 생산 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에 걸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 된다고 봤다. 솔로가 제안한 이론은 해외 차입을 통한 재원 조달, 인구 변천, 사회제도 및 기술 진보 등 경제 성장의 다른 결정 인자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금융시장이 없고 까다로운 차관 조건 등으로 인해 일할 사람은 넘쳐나지만 생산 활동에 투입할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는 경제 성장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전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시사점을 준다.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고 많이 저축하는 일련의 소비와 저축 행태는 성장을 위한 산업 자본이 시급한 신흥국에서는 여전히 미덕으로 장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막대한 산업 자본이 필요했던 1970·1980년대에는 국가가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장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평균소비성향은 1980년대 60%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2년 81.6%로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Q. 우리 국민의 저축 성향은 어떻게 변했나요.

A.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성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분기 평균소비성향이 69.1%로,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현상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전년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과거에는 민간의 소비가 줄어들면 순자산이 늘어난 만큼 여윳돈이 은행 예금으로 흘러가 경기수축기에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하는, 이른바 소득위험(income risk)을 막아주는 완충자산(buffer asset)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비가 감소해 증가한 순자산보다 개인들이 더 많은 대출을 받아 공격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 시장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2.3%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190%를 상회했다. 미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05%이며, 일본과 독일은 각각 107%, 95%였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우리보다 잘사는 국가들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과거 국민 경제에서 풍부한 가계 저축은 경기 위축 시 경제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장기 경제 성장의 동력인 산업 자본 형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자산 시장을 과열시켜 불가항력적인 외부 충격이 닥쳤을 때 자산시장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뇌관이 되고 있다.

Q.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부 대책은.

A.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저축은 다른 투자 대안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국내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시중에 넘쳐흘러 주식시장을 비롯한 여러 자산시장의 가격이 상승했다. 따라서 알뜰히 돈을 모아 저축을 통해 부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대신 대출을 더 받아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이제는 과거 '맑은 날' 착실히 저축해 '궂은날'을 대비해 오던 우리 국민의 습관이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달라진 습관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코로나 시국에서는 위험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소비가 줄어 내수와 실물경제는 위축되는데 부채비율은 더욱 증가해 경기 충격에는 더 취약한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고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금리,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같은 긴급 처방뿐만 아니라 경제의 근간인 가계의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 알쏭달쏭 OX퀴즈

1. OECD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은 OECD 평균소비성향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2. 로버트 솔로 교수의 성장 모형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는 GDP 증가로 이어져 초기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3.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정답1. ×, 2. ×, 3. ○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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