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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에드워드 체임벌린, 시장 현실 반영한 '독점적 경쟁시장' 고안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2021-04-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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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으로,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급여와 자본 임대료 이상의 이윤을 얻지 못한다. 반대로 가장 나쁜 경우는 독점시장이며 단 하나의 기업이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초과 이윤을 벌어들인다. 그런데 두 시장 모두 오로지 상품의 가격에 대해서만 신경 쓰며, 제조사별로 생산물의 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가정한다. 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구매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가격 외에도 디자인이나 품질이 서로 달라서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자 눈에는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비쳤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Q. 독점적 경쟁이란 무엇인가요?

A. 에드워드 체임벌린(Edward Hastings Chamberlin)은 1899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말년까지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현실에서 기업들이 상품의 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고전학파 경제학에 따르면 완전경쟁시장에서 기업들은 무수히 많은 기업들 간 가격 경쟁으로 인해 한계비용보다 더 높게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고 한 터였다.


체임벌린은 '독과점시장과 완전경쟁시장의 중간 어디쯤'에 해당하는 시장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독점적 경쟁(monopolistic competition)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는 완전경쟁시장처럼 수많은 공급자가 제품을 생산하며 공급한다. 하지만 각 기업은 제품에 다른 기업 제품과 다른 특징을 부여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크게 볼 때는 같은 종류의 상품이지만 제조사에 따라 상품이 완전히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브랜드별로 불완전한 대체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Q. 상품의 품질과 기능에 차이가 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나요?

A. 가령 여러분이 운동화를 구매하려고 한다고 해보자. 운동화의 기본적 기능은 발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커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점을 추가해 소비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A사 제품은 탄력성 높은 소재의 밑창을 개발해 달리기를 수월하게 도와준다. B사 제품은 발 건강과 편안한 착용감을 보장한다고 한다. C사는 유명 운동선수와 스폰서 계약을 통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며 수집가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이처럼 다양한 특징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만으로 무엇을 구매할지 선택하기 어렵게 한다.

A사 제품만의 기능을 특별히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여전히 구매할 의사를 보인다. 따라서 A사는 자사 브랜드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고객층을 거느리게 되고 이들에 대해 일정한 시장지배력(가격결정권)을 갖게 된다. A기업은 독점기업과 마찬가지로 한 단위 추가 생산에 따라 증가하는 비용(한계비용)과 판매액(한계수입)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최적의 생산량을 정하고,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 집단에 판매함으로써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완전경쟁시장과 달리 '독점적' 경쟁시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운동화뿐만 아니라 의복, 패션, 음식료품, 유튜브나 케이블TV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이 이와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Q. 독점력은 영원히 유지되나요?

A. 그러나 기업은 자사 브랜드 팬덤에 기반한 초과 이윤을 영원히 향유할 수는 없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대규모 투자자금이나 법적 면허 없이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A사가 특수 기능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얻고 있음이 널리 알려지면 다수 기업들이 비슷한 특징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합류한다.

A사 제품이 차별성을 잃어가면서 충성고객들이 이탈하게 되고, A사 제품에 대한 수요곡선은 줄어든다. A사는 여전히 한계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가격을 조금씩 인하할 수밖에 없으며, 줄어든 판매량으로 인해 제품당 비용(평균비용)은 상승해 A사의 독점 이윤을 갉아먹는다. 결국 장기에는 독점 이윤을 상실하게 되고 더 이상 신규 경쟁자가 산업 내에 진입하는 것도 멈추게 된다.

독점적 경쟁시장 상황에서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독점력을 상실하는 우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여러 노력(비가격경쟁)을 기울이는데, 광고를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한 예다.

체임벌린은 이와 같은 아이디어로 박사 학위를 받고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으나 그가 연구 결과를 집성한 책을 발행한 같은 해에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이 거의 유사한 개념의 또 다른 책을 발간하면서 지루한 원조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체임벌린은 자신의 이론이 로빈슨의 것과는 다르다고 반론하면서 학자적 역량을 소모했는데, 차별성에 대한 이론 그 자체가 또 차별성 논쟁에 휘말리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기업은 상품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

2.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기업은 장기에도 양(+)의 독점 이윤을 얻을 수 있다. ()

3. 차별화된 상품들은 서로 완전 대체재 관계에 있다. ()

▶ 정답 = 1. ○ 2. X 3. X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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