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입력 2020-09-23 08:01teen.mk.co.kr
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대중 무역적자를 경험해 왔다. 반대로 대미 무역으로 최대 흑자를 올린 곳이 바로 중국이었다. 무역적자는 무엇을 뜻하는가? "중국인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중국인이 미국인의 재산을 소유하게 된 것"이라는 여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이 됐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회귀시키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무역갈등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중상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애덤 스미스 이전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Q. 중상주의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A. 중상주의는 15~18세기 경제사상을 말한다. 당시 세계는 농경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장인이 도제와 함께 수공업 단계로 특산품을 생산할 뿐이었다. 재화는 지역별로 상품 가격 차이가 심했는데, 상인들은 그 사이에서 물건을 유통하면서 자본을 축적해 왔다. 상인들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정부(왕)에 금품을 상납하고 독점권과 각종 특혜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이처럼 미성숙한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상주의자들은 국가의 부유함이 왕가(또는 국경 내)가 보유한 재산(금은보화) 양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부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외국 제품을 수입하고 대금을 지급하다 보면 나라가 가난해진다고 생각했다. 자연히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고 수출은 장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왕가에서도 관세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영국이 이렇게 결정할 때 프랑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세장벽을 쌓고 수입을 억제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국 유럽 모든 국가들이 관세를 높게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교역이 억제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
Q. 애덤 스미스는 어떤 발견을 했는가?
A.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태어났다. 부족했던 외모나 언변과 달리 지적 능력이 뛰어났던 그는 옥스퍼드대를 거쳐 모교 글래스고대에서 철학 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때로 방직기·방적기 등 첨단 생산 기술이 등장하던 곳이었다.
스미스는 중상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태동하는 산업혁명의 현장을 관찰하면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핵심적인 견해를 정리해 책을 냈는데, 이것이 경제학의 시초로 불리는 '국부론'이었다.
스미스는 개인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더라도 세상이 파탄나지 않고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주듯,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는 누군가가 만들어서 공급해준다는 주장이었다. 소비자가 식욕을 해결하기 위해 빵을 원할 때, 빵을 만들 재주가 있고 돈을 벌려는 사람은 기꺼이 제빵업자로 시장에 참여한다. 만약 솜씨가 서툴러서 빵을 만드는 데 빵값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제빵사 A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A는 빵을 만들수록 손해를 볼 것이고 곧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떠날 것이다.
또 빵을 원하긴 하지만 빵의 가치를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소비자 B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수량이 한정된 빵을 B에게 준다면 빵을 더 간절히 원하는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 C가 소비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가격은 B 대신 C가 빵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할당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소비하고,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공급)되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재화 생산과 소비를 방해한다. 자유롭고 조화로운 경제가 가능한 곳이 바로 (완전경쟁) 시장이라는 것이다.
Q.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봤나?
A. 스미스는 옷핀 제조공장을 관찰하면서 당시 폭발적인 생산성 증가의 원천을 찾았다. 공장 직공들은 제조 과정(철사 자르기, 뾰족하게 만들기, 머리 붙이기 등)을 세분화해 한 명씩 나눠 맡음으로써 혼자서 옷핀을 전부 다 만들 때보다 수천 배 많은 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미스는 (중상주의자 생각처럼) 금고에 쌓아둔 금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능력이 '국가의 부유함'을 의미한다는 점을 밝혔다. 또 분업을 통한 생산성 증가가 국가 단위에서도 적용되며, 따라서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관세장벽을 철폐하고 자유무역이 이뤄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로 이득을 보는 것은 독점사업자뿐이며, 자유로운 무역을 허용한다면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스미스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자유시장과 분업, 무역은 인류의 생활 수준을 개선시켜 준다. 250여 년이 지난 현대에도 그는 여전히 가르침을 주고 있다.
■ 알쏭달쏭 OX퀴즈
1. 중상주의는 무역수지 흑자를 목표로 한다. ( )
2. 사람들의 이타심으로 인해 시장이 작동한다.( )
3. 특화와 분업은 생산성을 증대시켜 준다. ( )
▶ 정답 = 1. ○ 2. X 3. ○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