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2020-06-17 08:01teen.mk.co.kr
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불완전경쟁, 외부효과, 공공재 등을 꼽아왔다. 1960년대 말 조지 애컬로프라는 젊은 경제학자가 '정보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으로도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작성했지만, 너무 사소하다는 이유로 학술지에 실리지 못했다. 한 편집자는 '당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제학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핀잔을 줬다. 그는 어느 정도 혜안이 있었던 셈이다. 애컬로프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로 한동안 정보비대칭성에 관한 논문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고, 현재 대부분 경제학 교과서에는 빠지지 않고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컬로프는 '정보경제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킨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Q. 정보비대칭성이란 무엇인가요.
A. 애컬로프는 자동차 시장, 특히 자동차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중고차 시장을 연구했다. 판매자는 중고차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실제로 이용해보지 않고는 품질을 알 수 없다. 이처럼 상품 품질에 대한 정보량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정보비대칭성이라고 한다.
그럼 중고차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동차 품질이 양품(peach)과 불량품(lemon) 두 가지이고, 시장의 전체 자동차 매물 중 절반이 불량품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판매자는 양품은 최소 1000만원, 불량품은 최소 600만원을 받고 판매할 생각이다.
한편 구매자는 양품은 1100만원, 불량품은 700만원까지 지불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안내해준 자동차가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구매자는 눈앞의 자동차가 불량일 확률이 50%, 양품일 확률이 50%이므로 양품과 불량품에 대한 지불의사가격의 평균인 900만원을 제시한다. 양품 판매자는 자동차의 제값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시장을 떠난다. 불량품 판매자는 600만원만 받아도 될 물건을 900만원에 판매하게 되므로 횡재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고차 시장에서 양품은 사라지고 불량품만 남게 된다. 시장이 레몬마켓(불량품만 거래되는 시장)이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양품 자동차 거래가 이뤄지지 못한다. 이처럼 거래가 이뤄지기 전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을 '숨겨진 특성(hidden characteristic)이 있다'고 말하며 이로 인해 시장에 불량품만 남는 문제를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Q. 정보비대칭성의 또 다른 사례는.
A. 정보비대칭은 거래가 이뤄진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스마트폰 파손보험에 가입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이 부서져도 완전히 보상받을 수 있다면 보험 가입자는 더 이상 스마트폰을 애지중지할 이유가 없어지므로 케이스에 넣거나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게 되고 결국 휴대폰이 파손되는 빈도가 높아진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휴대폰을 부주의하게 사용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파손될 때마다 보상금을 지급해줘야 하므로 손해를 입는다. 숨겨진 행동(hidden action)에 의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작성할 때 보상금을 100% 지급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약간의 수리 비용을 부담시켜 휴대폰 파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한다. 이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응책을 '유인설계(incentive design)'라고 한다.
Q. 금융에서도 정보비대칭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A. 정보비대칭성은 중고상품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대출이 이뤄질 때도 발생한다. 대출자인 은행은 차입자가 원리금을 착실하게 상환할 것인지 알고자 한다. 그러나 차입자가 상환 능력이 있는지는 차입자만이 알고 있다. 따라서 은행은 차입자가 부도율이 높은 사람일 가능성을 고려해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상환 능력이 있는 대출 신청자는 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대출을 포기하고,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만 대출 시장에 남게 된다. 레몬마켓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고안됐다. 은행은 차입자의 직업과 소득 정보를 요구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상환 능력이 부족한 대출 신청자를 걸러내려 한다(screening). 대출 신청자는 자신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은행에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재산·소득이나 과거 금융거래 정보를 제시한다(signaling). 은행의 핵심 기능이 '정보 생산'이라는 것은 우량한 차입자를 잘 골라내는 것이 은행의 경쟁력이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은 은행에 제공할 정보가 거의 없다. 이들 정보를 모아놓은 파일철이 얇다는 의미에서 '신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른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업체들은 개인의 카드 사용내역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기존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던 대출 신청자나 신파일러의 신용정보를 좀 더 정확하게 생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IT를 금융업에 적용하는 것을 핀테크라고 하는데, 전통적 은행들이 갖지 못한 기술을 도입해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생각할 수 있다.
■ 알쏭달쏭 OX퀴즈
1. 정보비대칭성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보유한 정보 수준에 차이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
2. 거래가 이뤄지기 전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
3. 은행은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 정답 = 1. ○ 2. X 3. ○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