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백화점 J C 페니가 118년 역사를 뒤로하고 쓰러졌다. 세계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지난 5월 J C 페니는 파산을 신청하였다. 오프라인 소매업은 온라인 시장 확대에 따라 이미 위기에 처해 있었고, 코로나19는 이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 사건은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변환의 일단을 보여준다. 코로나19는 디지털적 변환,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 등으로 명명되는 시대적 변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다양한 차원에서 직업세계 변화에 관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산업 구조, 일자리, 일하는 방식, 소비 방식 등에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뜻하지 않게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로봇 도입을 서두르는 계기가 되었다. 공장 노동자 가운데 감염병 환자가 속출하고 사업장이 폐쇄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번 감염병 사태는 로봇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온라인 교육, 영상 회의, 온라인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대면 산업과 온라인 콘텐츠의 획기적 발전을 이끌었다.
ILO(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일자리 2500만개가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 노동자 중 81%에 해당하는 27억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해야 하는 다수 직업인들은 상당 기간 일자리를 잃는 경험을 해야 했다. 비행기 조종사와 승무원 등 항공업 종사자, 호텔리어, 학습지 교사, 생활체육 강사, 연극이나 뮤지컬 배우, 댄서, 레스토랑이나 유흥업소 서비스 노동자 등은 코로나 한파를 심하게 맞아야 했던 직업이다.
반면에 비대면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실감 콘텐츠 제작자,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 신약 개발자,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금융권 핀테크 전문가 등은 코로나로 인한 특수를 누린 직업이다.
직장인이 일하는 방식도 큰 변화를 겪었다. 우리나라 직업인의 대표적인 업무 방식은 '9시 출근 6시 퇴근(9 to 6)'이다. '9 to 6' 근무 방식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다수 기업이 재택근무를 채택하였으며, 앞으로 바이러스가 소강 상태를 보이더라도 과거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어떤 정부도 못한 유연근무제를 바이러스가 강제한 셈이다. 작업자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재택근무를 한다면 재택근무는 사무실 근무에 비하여 생산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재택근무가 용이한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거나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면 재택근무가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나 교육 서비스는 대부분 업무를 재택업무로 돌릴 수 있다. 운송이나 공장의 생산 업무는 사실상 재택업무가 어렵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전환의 시기에 미래 직업세계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자기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본인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시대에는 '프로티언 경력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티언(Protea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Proteus)에서 나온 단어다. 프로테우스는 위기에 처하면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자기 모습을 바꾸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프로티언 경력 태도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확립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 진로를 개발한다.
다음으로 청소년들은 신기술 활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R·VR 등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로봇이 서빙하는 호텔과 무인 매장, 인공지능 챗봇, 실감 콘텐츠 등에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팀워크와 협업 능력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재택근무로 팀원들이 면대면으로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원거리에서도 조직적으로 협력하고 팀원 의견을 이해할 수 있는 협업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재택근무는 조직생활 중 일부다. 복잡하고 중요한 프로젝트 대부분은 혼자가 아니라 다수 팀원이 함께 수행하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면서 각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열쇠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