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쟁쟁한 시카고대학 교수들이 모인 세미나에서 한 영국 출신 경제학자가 외부효과에 대한 피의 이론을 비판했다. 고전학파적 접근에 익숙했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의 주장에 반대했지만, 토론이 끝나갈 무렵에는 모두가 그에게 설득되었다. 이날 토론의 내용은 짧은 논문으로 발표되었는데,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인용된 경제학 논문 중 하나가 되었으며 훗날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그 자리의 주인공은 로널드 코스(Ronald Coase)였다.
Q. 외부효과가 있을 때 교정세(피구세)가 꼭 필요한가?A. 코스는 외부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시장에서 개인들이 협상을 통해 최상의 결과가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이때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오염물질에 대한 권리를 누구에게든 주어야 한다는 점(재산권의 획정)과 협상 과정에 추가적인 비용(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야식을 배달할 때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입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식당은 야간에 배달함으로써 순이익 100만원을 얻는다. 주민들은 늦은 밤에 배달 오토바이 소음으로 잠을 설치지 않기 위해 30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
주민들 민원을 받은 구청은 가장 간단한 해결책으로 야식배달을 제도적으로 금지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주민들의 소음 피해(30만원)는 없어지지만, 식당의 이익(100만원)도 함께 사라진다. 만약 '조용한 밤을 보낼 권리'를 주민들에게 준다면 어떻게 될까? 식당 주인은 주민들에게 피해에 상응하는 보답을 제공하기로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이 제안에 응할 경우, 야식배달은 계속되고 사회적 후생은 금지시켰을 때보다 개선된다.
만약 많은 사람이 사는 아파트였다면 어떨까? 가구 수가 많아 소음에 대한 피해가 200만원으로 크게 나타날 경우, 소음 발생에 대한 권리를 식당에 주더라도 주민들은 식당 측에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현금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재산권을 누구에게 주더라도 협상을 통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코스 정리(Coase theorem)라고 한다.
Q. 코스는 거래비용 개념을 통해 기업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는데?A. 젊었을 때 사회주의에 심취했던 코스는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경제학을 배우면서 '시장경제와 가격을 통한 자원배분' 원리에 심취하였다. 그가 보기엔 경제이론은 가상적 세계를 다루면서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었고, 따라서 그는 '칠판 경제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채우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였다. 그 간격의 대표적인 것이 기업이었다.
코스는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출현한다고 주장했다. 거래비용이란 거래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비용들을 총칭한다.
기업이 생산 과정 일부를 시장에 맡기려고 할 때, '적당한 거래 상대방 탐색' '지속적 거래를 위한 계약서 작성 등 법률 비용' 등 여러 측면의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거래비용이 너무 큰 상황이라면, 차라리 기업 내부에서 소화해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Q. 기업 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A. 거래비용으로 기업이 필요하다면 기업은 어느 정도로 커져야 할까? 시장의 모든 생산을 단 한 개의 거대 기업이 담당하면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코스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가가 자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조직이 제 기능을 잘 하는지 관리하기가 어렵다. 인원이 적은 기업은 경영자가 조직원을 직접 대면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 대기업에서는 직원이 너무 많아 그럴 수 없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중간관리자가 더욱 많이 필요하게 되고, 조직이 계층화되면서 경영자의 지시가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코스는 기업이 어떤 거래를 '조직 내부에서 처리'할 때의 비용과 '외부 조달'로 해결할 때의 비용(거래비용까지 감안한다)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기업의 최적 크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Q. 코스가 법경제학 분야의 선구자라는데.A. 코스 정리는 거래비용이 없을 경우 적용되는 이론인 데 반해, 코스 자신은 현실의 문제에서 거래비용은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 존재한다고 보았다. 양(+)의 거래비용이 있다면 정부의 조치가 시장보다 항상 비효율적이라 볼 수 없으며, 더 우수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을 운영하는 것에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코스는 정부의 개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법제도)로 관여하는 것이 좋은지를 분석하는 것이 법경제학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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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OX퀴즈1. 거래비용이 없다면, 재산권을 누구에게 부과하더라도 협상으로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
2. 기업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거래비용이라 한다. ( )
3. IT 발전과 정보 습득 비용 하락은 근로자를 그때그때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 확산의 원인이 된다. ( )
▶ 정답 = 1. ○ 2. X 3. ○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