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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직업] ˝디지털세계 속 인류 존엄성을 지킨다˝…사이버범죄 수사관·디지털 윤리학자

n번방사건 등 신종 온라인범죄 과거 수사방식으론 대응 한계 서버기록·저장자료 등 분석해 용의자 범위 좁혀내 검거하는 사이버범죄수사관 역할 커져 IT 기업의 책임 소재 불명확해 때론 윤리·기업이익 간 충돌도 이때 디지털 윤리학자가 나서 경영진 의사결정의 영향 분석 더욱 도덕적인 선택 가능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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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입력 2020-05-2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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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빠른 기술 혁신은 우리에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수년간 면대면으로 만나지 못했던 지인과도 SNS를 통해 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친분을 이어가기도 한다. 세계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 영상회의가 가능해졌고, 정보가 공유되는 스피드와 범위가 통제를 벗어날 만큼 빠르고 광범위해졌다. 전혀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 소통하기도 하고, '길드'를 이뤄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하며 그 안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디지털 세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발생해 왔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했던 범죄가 이제는 온라인상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n번방 사건은 온라인의 특성을 철저하게 이용한 흉악 범죄였다.


가해자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피해자에게 당사자임을 증명하라며 받아낸 개인 신원으로 피해자를 협박하여 입을 막고, 성착취를 가했다. 이전 영상을 빌미로 더 큰 협박과 함께 학대 강도를 높이고 피해자들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n번방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범죄 역시 온라인상에서 발생했기에 피해자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신체적 특성을 지녔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과거 면대면 범죄 수사에 주로 활용되던 방식으로는 온라인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사건의 수사를 맡는 것이 바로 사이버범죄수사관이다. 사이버범죄수사관은 인터넷 접속 기록,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자료 등을 분석하여 범죄 흔적을 찾고, 해외 서버를 이용한 범죄에 대해선 해당 국가의 협력을 얻어 수사를 진행한다. 용의자 범위를 좁히고, 위치를 추적하여 직접 검거하고,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기도 한다. 온·오프라인의 뛰어난 활동 능력이 모두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범죄 수사를 위해서는 범죄와 관련된 온라인 매체나 서버를 보유한 국가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이버수사대에 용의자를 확정하고 범죄의 증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피해 범위가 더욱 확산되지 않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윤리적 가치가 충돌을 겪게 되고, 경영진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경영진에게 의사결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윤리·도덕적 영향과 효과를 분석하여 설명하고, 윤리적인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디지털 윤리학자다.

디지털 윤리의식을 지키는 것은 종종 물리적 이익 추구와 충돌하며, 감당해야 할 업무 영역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비윤리적 영상물을 자동 차단·삭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사례에서도 이런 부분을 확인해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AI를 활용해 비윤리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물이 게시되면 자동으로 차단하고 있다. 과거 이용자의 신고에 의존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SNS 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만약 모든 SNS 매체가 미리부터 페이스북과 같은 정책을 도입했다면? n번방 사건 자체가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윤리적 영상물이 AI 검색으로 자동 차단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그러한 영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n번방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건, 상황 속에서 개인이 제작했거나 보유한 비윤리적 영상물의 SNS 공유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조치는 물론 SNS 운영진의 이윤 창출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용자를 보호하고, 비윤리적 영상물 확산을 막는 '윤리적' 선택이었다. 의사결정권자들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디지털 윤리학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두 가지 직업을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디지털 시대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는 역할은 특정 직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범죄와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 기술과 매체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항상 윤리적 판단이 이뤄지도록, 이익을 위해 인류의 존엄성이 가벼이 여겨지는 일이 없도록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비윤리적인 상황을 인식하는 민감성과 감수성을 키우고, '남 일이니 상관없다'는 공감능력의 부족과 '내 이익과 욕구를 위해서 남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이기심을 해소해야 한다. 온·오프라인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피해야 하며,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죄책감을 잊는 일도 없어야 한다. 디지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 모두에서 윤리적 판단과 인간의 존엄성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연한 것이 이뤄지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조직의 이익과 화합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구성원의 인격과 존엄성이 무시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질적인 이익이나 욕구 충족을 위해서,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심심해서'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해악을 끼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례들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제는 기술 혁신과 발달 못지않게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에도 관심을 둬야 할 때다. 기술 발전과 물질적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자체를 인권 보호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조직의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범죄 방관과 범죄 온상지 조성을 막는 한편 개인 차원에서도 윤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교육하고 인식을 높이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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