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2020-05-06 04:01teen.mk.co.kr
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얼마 전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꽃으로 불리며 대부분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다. 다수결 원칙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사를 한 가지로 결정할 수 있는 이 선거 제도에 대해 비판한 이가 있었다. 미국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Kenneth J Arrow·1921~2017)였다. 애로는 미국 이민자 가족에서 태어나 대공황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Q. 일반 상품과 공공서비스는 어떤 차이죠?
A. 수학과 수리논리학에 재능이 있었던 애로는 기업이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경영전략을 정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다. 과연 주주총회 투표 결과가 주주들 의견을 잘 수렴한 결과일까. 이런 문제는 주식회사뿐만 아니라 투표를 사용한 여러 의사 결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선거는 사회구성원들의 선택을 모아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는 방법이다. 유권자는 여러 가지 사항에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중요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더 많은 시민공원을 선호하는 반면, 더 안전한 국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상품이라면 각자 원하는 만큼 구매하면 되지만, 공공서비스는 개개인이 구매하기엔 비용이 너무나 큰 반면 그 효용은 사회 전체가 누리게 된다. 투표는 사회가 한정된 조세수입으로 어떤 공공서비스를 공급할지를 구성원의 선호를 반영해 선택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Q. 선거로 최적의 공공서비스를 도출하기는 어렵다는데.
A. 애로는 선택 가능한 여러 공공서비스 중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최적의 선택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만약 어떤 국가에서 예산 사용처로 공원, 도로, 국방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유권자 A는 도로보다 공원을, 공원보다는 국방을 선호한다. 이런 A에게 도로보다 국방이 중요하다는 건 당연할 것이다.
이처럼 대안들 사이에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판단 내릴 수 있는 것을 '완비성', 또 선호하는 순서대로 나열할 수 있는 것을 '이행성'이라 한다. 애로는 사회적 선택이 합리적이라면 이행성이 투표 결과에서도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유권자 B가 '공원 > 도로 > 국방' 순서로 선호하고, C는 '도로 > 국방 > 공원' 순서로 선호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다.
국방과 공원 두 가지 안건을 놓고 3명이 투표하면 국방이 도로보다 우선하고, 공원과 도로 사이에서는 공원이 더 우선된다. 하지만 도로와 국방을 두고 투표하면 B와 C가 도로에 표를 줌으로써 도로가 국방을 이기게 된다. 이행성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투표의 역설(혹은 콩도르세의 역설)이라 불리는데, 다수결 투표의 한계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Q. 애로가 주장한 '투표의 역설'이 무엇인가요.
A. 애로는 투표의 역설을 좀 더 정교하게 이론화했다. 그는 바람직한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에 필요한 요건을 제안했다.
우선 사회적 선택은 선택지들 간에 단 한 가지의 선호 순위를 만들어내야 한다(보편성). 그리고 두 가지 선택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돼도 순서가 변하면 안 된다(무관한 선택 대상으로부터의 독립). 가령 '국방 > 공원 > 도로' 순서로 선호하는 유권자가 4명, '공원 > 도로 > 국방' 순서는 3명, 그리고 '도로 > 국방 > 공원' 순서는 2명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국방과 도로 두 가지 사안으로만 투표한다면 5표 대 4표로 도로 설치가 지지받는다. 여기서 사안에 공원이 추가된다면 국방이 4표, 공원이 3표, 도로는 2표를 받는다. 국방과 도로에 대한 선택이 뒤집어지는 것이다!
또 모든 구성원이 국방보다 도로를 선호한다면 사회적 선택의 결과도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다(만장일치). 마지막으로 어떤 개인도 사회적 선택을 좌우할 수 없어야 한다(비독재성). 가령 5명 중에 국방을 가장 선호하는 유권자가 2명, 도로를 가장 선호하는 사람이 2명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나머지 1명이 국방과 도로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선거 결과에 홀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는 민주주의 정신에 배척되는 것이다.
Q.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가 무엇이죠.
A. 애로는 수학적 방법을 통해 위 조건들이 동시에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바람직한 사회적 선택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세간에서는 만족할 만한 사회적 선택을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이를 '불가능성 정리'라고 불렀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주의를 수호해온 우리에게는 우울한 내용이지만,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의문 없이 사용해오던 다수결 투표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많은 연구를 이끌어냈고 그 공로로 애로는 노벨 경제학상(1972년)을 받게 된다.
■ 알쏭달쏭 OX퀴즈
1. 다수결 투표의 결과는 항상 구성원의 선호를 적절하게 반영한다. ( )
2. 두 가지 선택지에 대한 선호는 다른 무관한 선택지가 추가돼도 변함없어야 바람직하다. ( )
3. 한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회 전체의 선택이 바뀔 경우 비독재성이 위반된다. ( )
▶ 정답 = 1. X 2. ○ 3. ○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