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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폴 로머, 경제 '신성장이론' 시대를 열다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력 2020-04-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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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솔로의 성장모형 이후 경제성장에 대한 궁금증이 모두 풀린 것 같았다. 일본이 선진국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기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낮은 경제성장률 등 현실 데이터가 그의 모형을 뒷받침해주었다. 성장에 대해 더 이상 연구할 주제가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되어서일까. 성장이론은 학자들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그러나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솔로 모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 한계점을 집요하게 공략한 학자가 폴 로머(Paul Romer)였다.

Q. 로버트 솔로의 성장모형의 한계는 무엇인가?

A : 로버트 솔로의 성장모형에 따르면 저개발 국가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한국, 대만, 중국 등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이런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 솔로 모형의 핵심 결론인 경제의 '수렴 현상'(저소득 국가도 빠르게 성장해 잘사는 나라의 생활수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검증의 도마에 올랐다.


또 로버트 솔로의 성장모형에서는 자본이 충분히 축적된 선진국에서 과거보다 성장 속도(성장률)는 줄어들어야 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 두 번째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미국 경제는 이미 1960년대에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지만 그 이후에도 성장률이 더 가속화한 것처럼 보였다.

솔로는 이러한 현상이 기술 진보(technological progress) 때문으로 설명하였지만 기술 진보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모형의 간결함과 설득력 있는 결론 덕분에 몇십 년 동안 널리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다.

이 한계점을 집요하게 공략한 학자가 솔로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MIT대에서 나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MIT대 대학원생이었던 폴 로머는 경제성장이 진행된다고 반드시 성장률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시카고대학으로 건너가 루카스의 지도하에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했다.

Q. 지식은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A : 생산물의 양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 투입량이 증가하면 되지만,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에서는 이런 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도달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류의 물질적 생활수준은 꾸준히 개선되어 왔으며, 특히 그 발전 속도가 더 가속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폴 로머는 지식의 축적으로 생산능력이 증대되는 것이 정체되지 않는 경제성장의 실마리라고 생각했다. 지식은 동일한 자본과 노동력으로 품질 좋고 새로운 재품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지식은 여러 생산자들이 사용해도 고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비경합성) 경제가 성장할수록 성장률은 감소하지 않으며 더욱 증가할 수 있다.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이나 도요타의 린 생산 방식이 자동차 산업에 널리 퍼져 고품질의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해 보자.

폴 로머는 지식이 마치 실물 자본과 같이 축적되는 모형을 구상하였다. 그리고 자본을 좀 더 폭넓게 해석하여 지식과 실물 자본이 결합된 형태로 정의하였으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단초를 마련하였다.

Q. 그렇다면 기술과 지식은 어떻게 증가하나?

A : 대학과 같은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식을 생산하면 경제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풍부해진다. 특히 지식은 자본처럼 마모되지 않기 때문에 정태상태에 도달해도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또 다른 지식 축적의 원동력으로 폴 로머는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적했다. 기업이 자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지식이 새롭게 생성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기업들에도 이 기술이 전파(spillover)되어 경제 전체 생산성이 향상된다. 삼성이나 애플 같은 테크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신들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기술 투자를 수행하는 것이 선진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Q. 지식의 축적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은?

A : 폴 로머의 모형은 기술 발전이 모형 내에서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내생적 성장모형'으로 불린다. 그의 연구는 정부가 단순히 R&D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R&D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도록 경쟁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한편 연구 성과로 연구비용과 이윤을 회수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지식을 배타적으로 쓸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특허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가령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치적 혼란으로 법과 행정이 불완전한 상태이므로 실물자본뿐만 아니라 지식에 대한 권리도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가 많다.

이 점이 성장을 위한 두 가지 동력(자본과 지식 축적)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어 저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에 집중한 모형들은 '신성장모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러한 연구의 효시가 된 공로로 폴 로머는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 알쏭달쏭 OX 퀴즈

1. 선진국의 지속적 성장은 기술 발전에 주로 의존한다. ( )

2. 성장을 위해 특허와 기술을 대중에게 개방하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 ( )

3. 자본과 기술 같은 경제적 요인 외에도 법과 제도 역시 경제 발전에 주요 요인이다. ( )

▶ 정답 = 1. ○ 2. X 3. ○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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