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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몸에 안 좋은 건 다 아는데 … 담배가 살아남은 이유

임하빈 산현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6-05-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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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ing Woman and a Pack of Cigarettes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사람들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언제부터 알게 되었을까요? 생각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심지어 미국 잡지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담배를 피우는 전면 광고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더 많은 의사들이 카멜을 피웁니다." 의사가 선택한 담배라면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런데 1953,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입증한 논문들이 쏟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해 12, 미국 최대 담배 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뉴욕의 한 호텔에 비밀리에 모였습니다. 이날 나온 전략은 단 한 문장이었습니다. 과학을 의심하게 만들고, 법을 막자.

 

◆ 과학을 흐려라

 

담배 회사들이 선택한 전략의 핵심은 단순했습니다. "흡연이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한 거짓말은 언젠가 들키지만, 불확실성은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면 사람들은 결론을 유보하기 마련입니다. 그 유보가 담배 회사들에는 곧 시간이자 돈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담배 회사들은 1954년 담배산업연구위원회(TIRC)를 설립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독립적인 과학 연구기관처럼 보였지만, 자금은 전액 담배 회사들이 댔습니다. 이 위원회의 실제 임무는 흡연과 암의 연관성에 회의적인 과학자들을 찾아내 고용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아직 결론을 내리기 이르다"는 신문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유명 대학교수, 저명한 의사의 이름이 붙은 기사는 신뢰를 주었습니다. 독자들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같은 해 1월에는 미국 전역 448개 신문에 전면 광고도 동시에 실었습니다.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이 광고는 4300만명의 눈에 들어갔습니다. 신문 광고비, 고용된 과학자들의 급여, 가짜 연구위원회 운영비. 돈은 여론을 흐리는 데 필요한 모든 곳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 법을 막아라

 

담배 회사들은 의회에도 접근했습니다. 담배를 규제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담배 회사들은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출신의 전문 로비스트를 대거 고용했습니다. 이들은 의회 안팎을 누비며 담배 규제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의원들을 찾아가 설득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의원들의 선거캠프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것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1964년 미국 정부가 흡연의 위험성을 공식 인정한 뒤에도 TV 담배 광고가 금지되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1965년에는 담배 경고 문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원안에 있던 '암 유발' 문구가 최종본에서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로비의 흔적이었습니다. 1990년 한 해에만 담배 업계가 의회 로비에 쓴 돈은 7000만달러가 넘었습니다. 과학을 흐리고, 법을 막고. 두 개의 축이 동시에 돌아가는 동안 담배는 계속 팔렸습니다.

 

◆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담배 회사들이 진실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훗날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문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1962년 담배 회사 소속 과학자 앨런 로드먼은 내부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흡연을 건강 위험으로 지목하는 증거는 압도적이며, 이를 반박하는 증거는 미미하다." 하지만 1994년 주요 담배 회사 CEO 7명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란히 서서 선서한 뒤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선서하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 돈으로 버틴 40

 

미국 정부가 흡연의 위험성을 공식 인정한 것은 1964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담배 회사들의 로비는 그 이후에도 수십 년간 계속됐습니다. 그사이 수천만 명이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과학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지만, 돈이 그 목소리를 덮었습니다.

 

담배 로비의 전략은 이후 다른 산업에도 그대로 복사됐습니다. 설탕 업계, 석유 업계가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에 불리한 과학에 맞섰습니다. 담배 회사들이 발명한 이 전략의 이름은 훗날 '담배 플레이북'이라 불리게 됩니다. 그 플레이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을 것입니다.

산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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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특정 집단이 자신들에 유리한 법이나 정책을 만들도록 정치인이나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

미국에서는 합법적 직업이며 등록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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