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3-04-20 14:32teen.mk.co.kr
2025년 12월 06일 토요일

지난달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연금 개혁 반대 제9차 시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가면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연금 개혁'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이 조기에 고갈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정년을 연장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많은 프랑스인의 예상 연금 수령액이 감소하는 만큼 개혁안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지금 같은 국민연금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한 인물은 바로 '철혈(鐵血) 재상'이라고 불린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다. 그가 노령연금 제도를 처음 시행했던 19세기 후반의 노령연금 수령 기준이 아직도 변경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즉 6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보험의 구조는 평균 수명이 40세이던 당시 유럽의 기대수명에 근거한 제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의료 기술이 발전해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연령이 80세 이상이다. 비스마르크가 당시 연금제도를 설계할 때는 노인들이 평균적으로 10년가량 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준을 정했는데 지금은 과거보다 10년에서 20년가량 연금을 더 수령하게 된다.
연금 지출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2배, 3배가량으로 증가했는데 연금을 낼 젊은 세대는 저출산으로 점점 줄고 있다. 수입원은 반 토막이 났는데 지출은 두 배가 되었으니 연금으로 쌓아놓은 재원이 바닥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반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는 배제성과 경합성을 가진다. 내 소유의 물건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다.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서 타인의 사용을 통제하기 쉬울수록 배제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재는 비용을 지불한 사람만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비용을 지불한 사람과 지불하지 않을 사람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반면 경합성은 특정 사람의 소비가 나머지 시장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의미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피자를 나눠 먹는 상황을 가정하자. 한 사람이 피자를 먹으면 그 사람이 먹는 피자 수량은 다른 사람은 먹을 수 없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경합성 없는 혹은 경합성이 낮은 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동통신이나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산업에서는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추가 이용에 따른 비용은 거의 발생하기 않는다. 다시 말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장비와 중계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지만 일단 통신 네크워크가 설정되면 일정 수준에서는 이용자가 증가해도 다른 이용자가 이동통신을 쓰는 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넷플릭스 같은 초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작할 때는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일단 그것이 세팅되고 나면 이용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배제성과 경합성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금은 '공유자원' 성격이 크다. 공유자원이란 배제성이 낮고 경합성이 높은 서비스나 재화를 의미한다.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의 특성상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따라서 배제성이 다른 민간 보험이나 사적 연금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있다. 즉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법적 강제에도 불구하고 연금을 납부하지 않는 일부의 국민만 연금 수령 대상에서 제외되며, 대부분은 공적 연금의 수령 대상이 된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연금 수령의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다.
반면 국민연금의 경합성은 앞서 소개한 피자의 사례처럼 일반적인 경제재와 같이 크다. 즉 누군가 국민연금의 일부를 수령하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은 경합성이 높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배제성이 낮고, 경합성이 높은 공유자원이 소비될 때는 '공유지 비극'이라는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아 배제성은 낮은데 경합성이 높은 경우 자원을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 고갈되기 쉽다. 즉 남용이란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유자원을 소비할 때는 적당량보다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다시 쓸 수 없는 한정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주문한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꼭 필요한 만큼 그리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서 주문을 할 것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함께 모아둔 공동의 경비를 쓰기로 약속하고 식당을 찾는다면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본인의 평소 먹는 음식량보다 더 많은 그리고 더 비싼 음식을 주문한다. 각자 자기 돈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더 저렴하게 만족도 높은 식사를 할 텐데 공동 자금을 사용하면 이를 방만하게 쓰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소비를 한다.
연금은 공유자원의 성격이 강하며, 그 재원 역시 남용될 우려가 있다. 세대가 서로 양보하지 않고,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모두의 돈이니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고 생각하면 낭비하게 된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12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에서 발생했다. 고령화 심화로 연금 수령을 할 인원은 늘었는데 연금금액 조정을 하지 않았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함께 아껴 쓰면 장기적으로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데 주인이 없다는 생각에 남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나만 양보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파행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면 합리적으로 소비할 때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갈로 인한 공동체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