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2-12-08 16:47teen.mk.co.kr
2025년 12월 06일 토요일

전쟁 영화에서 전투를 앞둔 병사들이 동료들에게 '포탄이 투하된 곳에는 다시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견 포탄이 떨어진 곳에 다시 정확히 포탄을 맞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생각으로 포탄이 투하된 곳에 또 포탄이 떨어지는 것은 희귀한 일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실제로 처음 떨어진 포탄과 두 번째 투하된 포탄은 서로 독립 관계다. 따라서 이미 포탄이 투하된 지역에 포탄이 다시 떨어질 확률은 이론적으로 독립 사건이므로 다른 지역에 포탄이 떨어질 확률과 같다. 두 번째 포탄이 떨어지면서 이미 투하한 위치를 보고 피해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들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이 '도박사의 오류'다.
도박사의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다시 살펴보자.
동전을 던져 동전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다. 이 같은 초등 수준의 통계 개념이 냉철한 투자 세계에서는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친구가 내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친구인 민수와 지은은 동전 맞히기로 내기를 한다. 민수가 동전을 던지고 떨어진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지은이가 맞히면 배당금을 주는 것이다. 만약 지은이가 매번 같은 금액을 베팅한다면 두 사람은 밤새 내기를 이어가도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 오히려 '대수의 법칙'에 따라 동전을 던지는 횟수가 늘수록 앞면과 뒷면이 나온 숫자가 평균치인 50%에 근접하게 된다.
그런데 내기를 하던 지은이가 갑자기 다른 생각을 한다. 같은 금액을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금액을 베팅하는 것이다.

연속으로 동전 앞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더 많은 금액을 '뒷면이 나온다'에 베팅하는 것이다. 동전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반반이니 앞면이 연속으로 나오면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견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지은이는 도박사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절반이다. 동전은 인격이 없다. 앞서 동전 앞면이 많이 나왔어도 다음 번에 뒷면이 나올 수 있도록 애쓰지 않는다. 매번 50% 확률로 앞면과 뒷면이 결정된다. 연속으로 앞면이 3번 나오든, 10번 나오든 다음 번에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지은이처럼 정황을 잘못 판단하고 금액을 변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즉 베팅 금액을 바꾸다보면 높은 금액을 걸었을 때 돈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러면 자연히 베팅할 수 있는 전체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결국 지은이는 돈을 거의 잃게 된다.
물론 운 좋게 지은이가 큰 금액을 베팅했을 때 동전 방향을 맞힐 수도 있다. 이렇게 운이 좋았을 때 바로 내기를 그만해야 한다. 그런데 지은이는 계속 내기를 할 것이고,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기를 할 것이다. 결국 도박사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면 지은이는 언젠가는 실수하고 큰돈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금융 시장은 민수와 지은의 동전 던지기 사례와 같이 시계추처럼 수시로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2월과 3월 뉴욕거래소를 비롯한 주요 주식 시장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폭등과 폭락을 반복해 서킷브레이커가 국내뿐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도 여러 차례 발동됐다.
원래 주식은 동전 던지기 확률과 달리 각 사건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첫 번째 동전을 던졌을 때 나오는 결과가 다음 번 동전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과 다르다. 주식은 상승장 다음 날에는 오를 확률이, 하락장 다음 날에는 내려갈 확률이 더 높다. 그럼에도 팬데믹으로 개인투자자는 '오늘 내렸으니 내일은 오르겠네' 등 그릇된 판단을 한다. 장기간 주식 데이터를 분석하면 상승장 다음 날에는 주식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하락한 다음 날에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세계 증시에서는 하루는 급등하고 바로 다음 날에는 급락하는 상황이 자주 목격된다. 원래는 확률이 50%가 아닌데도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지은이의 내기 사례처럼 이런 투자 전략을 활용해 운 좋게 몇 번 자신의 예측이 맞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전략을 사용하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금융 시장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과거 데이터만을 근거로 단편적인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일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