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입력 2020-04-22 08:01teen.mk.co.kr
2026년 01월 13일 화요일
최근 신문에는 '서킷브레이크(circuit break·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사이드카(sidecar·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 매매호가 관리제도)' '셧다운(shut down·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과 같은 용어가 눈에 띈다. 시장의 자율성을 뒤로하고 정부가 일시적으로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쏠린다.
Q. 코로나19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따라서 2009년 시장 참여자들은 당시 위기 상황을 겪어봤지만 위기는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금융시장을 예측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사건인 만큼 그 피해를 산출하기도 어렵고,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전파되며, 어떤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킷브레이크나 사이드카를 금융당국이 발동할 정도로 금융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커져 주요 통화당국들은 파격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기준금리도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했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던 관례를 파기하고 단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각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Q.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는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페스트나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몸속에 있는 항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지, 우리의 인지 가운데 기억으로 존재하고 있지 않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경제·금융 정보를 시차 없이 공유하고, 거대한 금융 자본이 고도로 발달한 기술에 힘입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21세기에 코로나19와 같이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이 급격히 전파되는 사건은 투자자들에게는 낯설다. 이런 시장 환경에 직면한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확대로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케인스는 1964년 그의 저서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통해 불확실성에 직면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케인스의 이론을 지지하는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교수 역시 '생각의 전염' '군중심리'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더 두드러지는 시장의 특징으로 설명했다.
Q. 비이성적인 투자 심리는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군중심리로 인해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원유나 원자재 가격을 기초 상품으로 설계된 파생상품 가운데 일부 상품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의 50~80%를 초과해 거래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 10년간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되면 원유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과 이를 기초상품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의 가격 차이가 최근처럼 크게 나타난 것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는 마치 시장에서 수박 1개 가격이 1만원인데, 수박 1개를 살 수 있는 쿠폰 가격이 1만8000원에 거래되는 것과 같은 특이 현상이다. 물론 다음 날 수박 가격이 2만원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면 쿠폰 가격이 1만원보다 높게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물과 쿠폰의 가격 차이가 50% 이상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파생상품인 쿠폰을 사지 않고 실물인 수박을 구입해 저장했다가 되팔아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최근 파생상품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이 현상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과열된 시장 분위기에 동조하는 투자자가 늘어 가격에 버블이 형성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Q.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투자자의 의사결정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가 충분한 정보이다.
그런데 전염병 확산과 같은 충격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정보가 부족해지면 다수의 투자자들은 직관에 의존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쉽게 동조하게 된다. 21세기 투자자들에게 바이러스 확산으로 발생하는 경기 침체는 생소한 경험이며, 낯선 사회 현상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의사 결정을 할 때 논리적으로 평가하고 경제적 펀더멘털을 점검하기보다는 조바심을 내고,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 시야를 갖고 투자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알쏭달쏭 OX퀴즈
1.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 )
2. 전염병이 확산되면 거시경제의 총공급과 총수요가 모두 감소해 경기가 침체한다. ( )
3.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 )
▶ 정답 = 1. ○ 2. ○ 3.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