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윤 'ETN ETF로 승부하라' 저자
입력 2025-06-16 09:11teen.mk.co.kr
2025년 07월 14일 월요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꽤 있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막아 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통행료를 받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조폭이나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일반인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중에도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대구에서 100만원에 팔리는 ○○피아노가 서울에서는 150만원에 팔린다면, 대구에서 물건을 떼다가 서울에서 팔면 손쉽게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실물 경제에서 이런 현상은 종종 일어납니다. 정확하게 같은 종류의 물건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팔린다며 그냥 물건을 떼다 파는 방식으로 무위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피아노를 사서 운반하는 과정에서 운송이나 보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격 차에 따른 수익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이런 '떼다 팔기' 식 투자 방법은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시장 사이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포착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특히 금융에서는 운송이나 보관 비용이 없기 때문에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주문 내다간…
증시 시황을 판단할 때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살피는 것 외에 보조지표로 '프로그램 매매'를 함께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기관들이 일정한 전산 프로그램에 따라 수십 개 종목의 주식을 묶어서 한꺼번에 거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관들이 수많은 종목을 대량으로 매매할 때 트레이더가 일일이 손으로 주문을 내는 방법으로는 정확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기관투자자가 매매할 때 매수·매도 가격 등을 미리 입력해 놓은 후에 시장과 종목 상황이 조건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주문까지 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보통 기관투자자들은 지수 영향력이 큰 20~30개 종목을 묶어서 대량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 매매는 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크게 차익(arbitrage)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뉩니다.
주식 떼다 팔기 : 차익거래
코스피200. (출처: 연합뉴스. [강민지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똑같은 상품이 서로 다른 두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 경우 아무런 위험 없이 시장 간 가격 차이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식시장에도 주식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이 그런 관계에 있습니다. 코스피200선물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선물지수이기 때문에 두 지수는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움직이며, 선물 만기일에는 가격이 정확하게 일치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기일 전에 현물시장과 선물시장 내부의 자금흐름에 따라서 두 지수 사이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깨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프로그램 매매 중 차익거래는 이렇게 현물과 선물 간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그러졌을 때, 예를 들어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싸진 경우 상대적으로 비싸진 선물을 매도하고 저렴한 주식 현물을 매수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위험을 줄이면서 가격 차이만큼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선물가격이 지속적으로 높게 형성된다면, 선물을 매도하고 계속해서 현물을 사들이게 됩니다. 선물 매도 거래는 만기일에 현물 매도로 청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선물 만기일에 주가 급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자동주문 주식 매매 : 비차익거래
비차익거래는 선물과 연계하지 않고 현물만을 대상으로 15개 이상의 종목을 묶어서 대량으로 주문을 내는 경우를 말하며 보통 '바스켓거래'라고도 합니다. 비차익거래는 연기금 등이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일 때 주문의 편의성을 위해서 이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서 매매가 이뤄지는 차익거래와는 달리 시장 전망을 기반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최근에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계된 비차익매매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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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더독(Wag the dog)
증시 침체기에는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현물시장에서 파생된 선물시장에서의 가격 변화가
오히려 코스피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를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