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입력 2025-10-13 09:07teen.mk.co.kr
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 2025년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발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주총회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미국 시장은 절정에 도달했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모든 것엔 끝이 있습니다"란 말도 했더라고요.
지금 미국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뜻인가요?
19세기 후반부터의 CAPE 값(출처: shillerdata.com)
A. 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영상을 찾아봤다니 대단한데요? 버핏은 현재 미국 시장이 과열돼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미국 시장이 절정에 도달했다. 이런 시기가 오래갈 수는 없다'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거든요.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 비중도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요. 미국 주식시장이 현재 고평가 상태일 수 있다는 판단일 수도 있을 겁니다. 버핏이 이런 표현을 했던 건 역사적으로 여러 시점이 있었어요.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2007년 주택시장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경고했었죠.
그는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버블을 대강 가늠할 수 있다고 했어요. 시가총액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의 '주가×주식 수'의 총합이고, GDP는 1년간 한 나라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 총합이거든요. 한마디로 시가총액은 그 나라 주식시장의 평가액이고, GDP는 그 나라 실물경제의 평가액이라고 할 수 있죠. 버핏이 제시한 값이라서 '버핏지수'라 부르는데, 버핏지수는 '실물경제에 비해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로 평가돼 있나'를 보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80% 아래면 저평가, 80~100%면 적정, 100%를 초과하면 고평가로 봐요.
2001년 버핏이 '지금 미국 주식시장 버블이 심한 것 같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사상 최대 수준이다'라면서 경고했었는데, 당시 버핏지수가 180%였어요. 그때가 딱 IT 버블 붕괴 직전이었고, 이후 바로 버블이 붕괴됐어요.
2007년엔 미국에 주택시장 버블이 있었는데요, 그땐 버핏지수가 195%까지 치솟았어요. 그러고 나서 2008년 금융위기가 왔죠. 2025년 8월 현재 250%가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우리나라 버핏지수는 어떤가 궁금한가요? 2025년 들어 주가가 오르면서 9월 2일 기준으로 116%예요. 살짝 고평가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버핏 말고 버블을 측정하고자 한 경제학자는 없었을까요? 있었어요! 자산 가격의 거품과 투자자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를 들 수 있어요. 그는 주식시장에서의 비이성적 행동과 그로 인한 버블을 연구한 성과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어요. 실러도 버핏과 마찬가지로 2001년 IT 버블과 주택시장 버블 당시 위험성을 경고했었어요. 실러는 CAPE란 지표로 버블을 측정합니다.
CAPE는 현재의 '주가'를 과거의 '이익'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거예요. 이때 사용하는 이익은 과거 10년간의 평균순이익이고요. 10년이면 엄청 긴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기 이익 창출 능력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해볼 수 있는 거예요. '왜 기업 이익에 대한 미래 추정치를 사용하지 않나'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요. 실러는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에 '경로의존성'이 있다고 생각해 과거 자료를 사용하는 겁니다.
경로의존성은 어떤 제도, 관습 같은 게 우연한 계기나 처음의 선택에 의해 특정한 방향으로 정해지면 시간이 지나도 그 경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는 거예요.
과거의 선택이 미래에도 영향을 꽤 미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신기술 개발이나 설비 투자는 보통 시차를 두고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현재의 이익은 과거에 행해진 일과 무관하지 않은 거죠. 이런 점에서 과거의 장기 이익 창출 능력이 미래 성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겁니다.
엔비디아, 팰런티어 같은 빅테크 기업은 과거 10년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이 많이 다를 수 있을 거예요. 이처럼 사업 환경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선 설명력이 떨어집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계속 개발되고 적용되는 신성장 산업에선 분명 한계가 있을 거예요. 이런 산업은 과거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 사이에 경로의존성이 거의 작동하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