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mk.co.kr

2025년 07월 14일 월요일

민주주의가 100% 완벽하다고요?, 선거의 역설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5-06-23 09:05
목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반장선거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하나요? 공부를 잘하는 친구, 운동을 잘하는 친구, 혹은 성격이 좋은 친구 등 다양한 기준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선출된 반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실패한 선거 경험은 현실 정치에서 우리가 선출직 공무원을 선택할 때 겪는 고민과도 닮아 있습니다.

 

학급 반장선거는 주로 학기 초에 진행되어 교실 운영에 일정 기간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반장을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교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정치 선거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국가의 중대한 직책을 맡을 사람을 뽑는 절차로 경제, 복지, 외교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선거 제도가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정보 부족, 감정적 판단, 선동적 메시지 등에 흔들리기 쉽고, 단기적인 이익을 약속하는 인기 정책이나 인물이 장기적 관점의 바람직한 대안을 밀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포퓰리즘 정책이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불가능성 정리'를 통해 다수결 선거에서 모든 유권자의 선호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공정한 선거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처럼 선거 제도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선거가 완전한 제도는 아닐지라도, 선출된 권력자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이들이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정치인이 책임을 하위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선거를 앞두고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 등이 그 예입니다.

 

 

 

사진설명

(출처: 매경DB)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은 유권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감추거나 왜곡할 유인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선거는 정보를 공개하고 정치인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중요한 교훈을 역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패한 귀족 중심의 공화정을 견제하며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권력이 그의 손에 집중되자 견제와 균형의 장치는 무력화됐고, 결국 로마는 공화정을 끝내고 제정 체제로 전환되고 말았습니다. 20세기 중남미와 동유럽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었습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등장한 강력한 지도자들은 처음엔 개혁의 상징으로 환영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비판을 억압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를 장악했습니다.

 

이러한 견제 세력을 잃은 권력의 일탈은 결국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가 경제와 제도를 파탄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권력은 부패하고, 국가의 방향성은 공동체 전체가 아닌 특정 계층의 이익에 치우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불평등과 억압 속에서 큰 고통을 겪고, 때로는 국가 자체가 붕괴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권한을 위임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고대 아테네의 플라톤조차도 감정에 휘둘리는 대중의 선택이 선동가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와 민주주의는 오류를 수정하고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기 정정(self-correcting) 메커니즘을 갖춘 유일한 제도입니다. 독재 체제에서는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되며, 잘못된 선택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고칠 기회조차 없습니다.

 

반면 민주주의는 주기적인 선거와 제도적 견제, 시민의 감시, 언론의 자유를 통해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고 더 나은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 포퓰리즘, 부패, 정보 왜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발생하지만, 그 문제를 드러내고 고칠 수 있는 환경 또한 민주주의만이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선거 제도는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사회적 도구입니다. 오류를 바로잡고, 권력을 감시하며, 미래를 다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장치입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가꾸고 개선해 나가야 할 가치입니다.

 

학생들이 아직 투표권이 없더라도 지금부터 이런 가치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바르게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불가능성 정리

선거처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하나의 집단 결정을 내리는 것이

완벽하게 공정한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이론입니다.

케네스 애로는 공정한 결정 방식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조건인

완전성, 이행성, 비독재성, 파레토 조건, 독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인쇄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틴매경
구독 신청
매경TEST
시험접수
매테나
유튜브
매경
취업스쿨
매일경제
아카데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