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콘샘 교사·작가
입력 2026-09-07 09:07teen.mk.co.kr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ChatGPT 생성
여러분 '수출' 하면 떠오르는 상품, 어떤 게 있나요? 배에 실려 나가는 자동차나 반도체, 스마트폰 같은 물건들이 먼저 생각날 겁니다. 그런데 물품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을 내보내서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나라가 있어요. 바로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예요!
◆ 가난하지만 의사는 넘치는 나라
쿠바는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사회주의 국가인 거 아나요? 1959년 혁명 이후 쿠바 공산당이 집권하며 60년 넘게 일당 체제로 나라를 이끌어 오고 있죠. 미국의 오랜 경제 봉쇄까지 겹쳐 경제 사정이 무척 어려워요.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일부 생필품은 배급받아야 할 정도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의료와 건강 수준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다고 합니다.
쿠바 정부는 의료서비스를 돈이 없어도 누릴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어요. 쿠바에선 병원비가 사실상 공짜죠. 국립 의과대학 6년 과정도 전부 무료고요. 졸업하면 국가에서 의사면허를 받아 곧바로 공공병원에 배치돼요. 이렇게 의사를 꾸준히 길러낸 덕분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8명이 넘어요. 우리나라(2.6명)와 일본·미국(2.7명)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8명)과 비교해도 두 배가 훌쩍 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 흰 가운의 전사들, 수출길에 오르다
쿠바는 1963년 아프리카 알제리에 의료진을 처음 보낸 이후 60년 넘게 세계 곳곳에 의사를 파견해왔어요. 현재도 약 2만4000명의 쿠바 의료진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부터 이탈리아 시골 마을까지 50여 개 나라에서 일하고 있죠. 쿠바의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이들을 '흰 가운의 전사들'이라 부르며 사회주의 쿠바의 자랑으로 내세웠어요.
의사 파견, 그냥 봉사로 하는 게 아닙니다. 쿠바의 아주 중요한 돈벌이예요. 다른 나라 정부가 쿠바 의사를 받는 대가로 정부에 돈을 내거든요.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이 1년에 약 13조원입니다! 쿠바 전체 수출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대요.
쿠바가 열심히 외화를 벌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식량, 석유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들이 부족해서 외국에서 사와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국제 거래에서 통하는 돈인 달러가 필요하고요. 의료서비스를 수출하고, 필요한 물건을 수입하기. 아주 정상적인 교역 같은데, 뭐가 문제라서 '노예 노동'이란 말과 함께 국제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걸까요?
◆ 왜 노예 노동이란 말이 나올까?
문제는 의료서비스를 외국에서 행한 의사들에게는 그 대가가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외국 정부가 지급하는 급여의 80~90%를 쿠바 정부가 가져가고, 의사들은 아주 일부만 받는대요. 2019년 브라질에서는 쿠바 정부가 급여의 약 30%만 의사들에게 준 사실이 드러나 브라질 정부가 '노예 노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어요. 당시 브라질에 있던 쿠바 의사 2000여 명은 아예 귀국을 거부하고 브라질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기도 했죠. 해외에 파견된 의사들은 여권을 빼앗긴 채 단체 숙소에서 지내고, 오후 6시 이후엔 외출도 못합니다.
◆ 미국의 압박,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선택
1959년 쿠바 혁명으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쿠바는 미국 기업의 재산을 빼앗고 당시 미국의 경쟁자이던 소련과 손을 잡았어요. 화가 난 미국은 쿠바와의 무역을 막는 경제 봉쇄로 맞섰고, 이 대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미국은 쿠바 정부로 들어가는 돈줄을 죄기 위해 연료 공급을 막고, 해외에 사는 쿠바인들이 고향으로 보내는 송금까지 제한해왔지요. 그리고 이제는 쿠바에 남은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인 의료진 파견 사업을 정조준했어요. "쿠바 의사와의 계약을 끊지 않으면 그 나라 정부 관계자에게 미국 비자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거예요. 그러자 자메이카, 과테말라, 온두라스처럼 미국과 가까운 나라들은 쿠바 의료진을 돌려보내기 시작했죠.
인구 18만명의 작은 섬나라 세인트루시아는 40년 넘게 쿠바 의사들이 의료체계를 지탱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떠나면 나라의 의료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돼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어요. 일부 나라들은 제3국의 인력회사를 통해 쿠바 의사를 우회 채용하거나 "우리는 의사들의 여권을 빼앗지 않았다"는 자료를 내며 반박하기도 해요. 미국은 쿠바 의사들을 대신할 단기 의료 지원을 해두겠다고 했는데요, 수십 년간 뿌리내린 의료진의 빈자리를 이것만으로 채우긴 어렵다는 게 현지 정부들의 입장입니다.
해외로 의사를 많이 내보내는 쿠바. 최근 경제 사정이 안 좋아 외화가 예전보다 더 부족했고 이를 채우고자 지나치게 많이 내보내다 보니 최근엔 쿠바 안에서 의사가 부족해지기도 했대요. 국민의 건강을 위해 키운 의사들이 나라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사이, 정작 쿠바 내 병원이 비어간 겁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료 제도를 만들어도, 그 안에서 일할 사람이 없으면 국민이 제대로 치료를 받기 어렵겠죠.
중학교 교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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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수출
수출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눈에 보이는 상품만 하는 게 아닙니다.
관광·운송·의료·K팝 공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외국에 팔 수 있고 이를 '서비스 수출'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