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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09일 화요일

정치인의 '도덕적 해이' 막을 수단은 '선거'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6-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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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ion politics background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텔레비전 광고 가운데 조금 엉뚱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가 집을 나선 뒤 "혹시 가스 불을 끄지 않고 나온 것 아니야?" 하고 걱정하는 대화를 나눕니다. 보통이라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광고 속 부부는 다릅니다. 자신들의 집에 불이 나는 모습을 마치 폭죽놀이를 구경하듯 바라보며 즐깁니다. 현실에서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광고는 일부러 과장된 'B급 감성'을 활용해 강한 인상을 남긴 것입니다. 이 장면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도덕적 해이를 설명하기에 좋은 사례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말 그대로 누군가가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경제학에서 도덕적 해이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행동으로 생기는 위험이나 비용을 전부 부담하지 않을 때, 이전보다 조심하지 않거나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특히 보험 시장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집에 불이 나면 손해를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보험에 가입했다고 일부러 불을 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보험이 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생기면 조심성이 조금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도덕적 해이입니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 해이가 반드시 악의나 부도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제학에서 이 말은 사람의 마음이 나쁘다는 판단이 아니라 제도와 유인이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분석입니다. 보험이 있으면 위험을 덜 두려워하게 되고, 책임이 분산되면 주의를 덜 기울일 수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인격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를 누가 부담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조금 넓고 느슨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부패했을 때, 책임감 없이 행동했을 때, 또는 권력을 남용했을 때 '도덕적 해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제학의 도덕적 해이는 정보 비대칭이나 책임 구조 때문에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만약 누군가가 공금을 횡령했다면 그것은 범죄 또는 부패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면 그것은 부정행위입니다. 이런 경우까지 모두 도덕적 해이라고 부르면 원래 개념이 흐려집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에게 도덕적 해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항상 틀린 표현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치인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대표적인 집단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를 국민이 모두 즉시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는 정치인이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실제로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는지,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완전히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정책 실패의 비용을 국민 전체에게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정치인이 얻는 이익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행동하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다를 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화재 위험을 덜 조심할 수 있듯이, 정치인도 자신의 행동을 유권자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책임감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라는 제도 자체가 정보 비대칭을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치 영역에서는 감시 장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 시민단체, 감사 제도, 사법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선거가 필요합니다.

 

선거는 정치인의 도덕적 해이를 감독하고 완화하는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정치인이 아무리 권한을 가지고 있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유권자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공약을 지키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웠다면 유권자는 투표를 통해 그 정치인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선거는 정치인이 다시 당선되기 위해 열심히 정책을 시행할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선거가 있어도 유권자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치인의 도덕적 해이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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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대칭

정보 비대칭이란 경제적 거래에서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보다 더 많거나 정확한 정보를 보유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시장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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