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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1일 토요일

실리콘밸리 배달비가 한국보다 비싼 이유는?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4-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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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delivery worker accepts electronic payment from customer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요즘 우리는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만 눌러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부터 서울, 베트남 하노이에 이르기까지 배달 앱을 사용하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하지만 배달 서비스의 형태는 닮았어도 그 비용은 꽤 다릅니다. 실리콘밸리의 배달 수수료는 대략 4000~9000원 정도이며 한국은 1000~4000, 하노이는 600~1200원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배달시키더라도 국가와 도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할 때 경제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보멀의 비용병(Baumol's Cost Disease)'입니다. 이는 현대 미시경제학의 거목이자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윌리엄 보멀(William Baumol)1960년대에 정립한 이론입니다. 보멀은 당시 공연 예술 산업을 연구하며 흥미로운 의문을 던졌습니다.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데 필요한 인원과 시간은 18세기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왜 연주자들의 임금은 과거보다 계속 올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연구 끝에 어떤 산업은 기술 혁신 덕분에 노동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는 반면, 서비스 산업은 시간이 흘러도 노동 시간을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보멀의 이론에 따르면 TV나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조업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같은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발, 돌봄, 교육, 배달과 같은 서비스 산업은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물리적 시간이 본질이기에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음식을 문 앞까지 전달하는 시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서비스 산업의 임금이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의 임금 상승에 맞춰 함께 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배달 기사나 이발사의 수입이 다른 산업의 임금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은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업종으로 모두 빠져나가 서비스 자체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특정 산업의 생산성은 정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의 평균임금이 오름에 따라 비용이 상승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보멀 효과'의 핵심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보면 이 차이가 더 명확해집니다. 1997년부터 2015년 사이 TV 가격 지수는 무려 94%나 하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보다는 경제학적으로는 가치가 상승한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1997년의 100만원짜리 TV2015년의 100만원짜리 TV를 비교하면, 후자는 대형 화면과 초고화질을 갖추고 있어 성능 면에서 압도적입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성능이 20배 좋아졌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20분의 1로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반면 이발이나 배달 서비스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투입하는 노력의 양이 비슷합니다.

 

배달 서비스 역시 앞에서 살펴본 서비스 산업 특징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주문 앱과 배차 알고리즘은 최첨단이지만, 음식을 포장해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길을 지나 집 앞까지 오는 '물리적 시간'은 기술만으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처럼 노동자의 몸값이 높은 지역은 같은 30분 배달이라도 그 노동에 매겨지는 경제적 가격표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전반적인 소득 수준과 생활비가 높기 때문에 사람 한 시간의 가치가 매우 높게 책정됩니다. 반면 하노이는 다른 산업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배달료 또한 저렴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배달료 차이는 그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지역의 물가 수준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물론 배달료가 산출되는 과정을 보멀 효과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정책, 광고비 부담, 배달 기사의 수급 상황, 시장의 경쟁 정도와 정부의 규제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플랫폼의 독점적 영향력 때문에 식당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치열한 경쟁 덕분에 소비자 배달료가 낮게 유지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배달비를 대할 때는 단순히 비용의 높고 낮음을 따지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구조와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를 함께 고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멀이 발견했듯,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본질인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역설적인 증거이기도 합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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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통계국(BLS)

미국 노동부 산하의 통계 기구이다.

이곳은 노동 시장의 활동, 실질적인 근로 조건, 그리고 경제 내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연방정부의 주요 기관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실업률 같은 국가의 중추적인 경제 지표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은 물론, 기업의 투자 결정과 가계의 소비 계획에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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