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4-06 09:07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월 21일 서울의 공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공연이 열렸던 그날, 광화문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만 명의 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공연 시작 직전, 멤버들이 탄 차량이 세종대로 중앙을 가로질러 무대 뒤편으로 진입하던 순간의 함성은 인근 북악산까지 울려 퍼질 정도였습니다. 이번 공연은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190여 개국에 실시간 중계되며 물리적 공간인 서울과 디지털 공간인 전 세계를 동시에 보랏빛으로 물들였습니다.
문화적 감동은 잠깐 접어두고, 이제 냉정한 경제학자의 시야로 그날을 복기해 봅시다. 주요 경제연구소와 외신들은 단 하루 이어진 이 공연의 경제적 가치가 직접 매출과 파생 효과를 합쳐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항공, 숙박, 외식, 굿즈 및 스트리밍 지출을 고려할 때 단 하루 공연으로 2660억원의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투어에서 창출한 경제 효과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역시 BTS 콘서트가 회당 최대 1조2207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으며, 증권가에서는 이번 컴백 관련 월드 투어 전체 매출이 최소 2조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전통적인 메가 이벤트와 비교하면 이번 BTS 공연과 같은 행사의 '소프트 파워' 효율성은 더욱 극명합니다. 약 300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2022 카타르 월드컵이나, '하얀 코끼리'로 불리며 수조 원의 유지비를 걱정하는 올림픽과 달리, BTS 공연은 기존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하면서도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총생산 유발 효과가 11조원대였는데, BTS가 매년 월드 투어로 창출하는 가치가 이에 육박한다는 점은 이들이 움직이는 국가급 자산임을 시사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번 공연이 '무료 티켓'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전통적인 공연 산업이 티켓 판매로 직접 이윤을 창출한다면, 이번 사례는 티켓 값을 0원으로 책정하는 파격을 택했습니다. 물론 중계권료나 플랫폼 기반 지식재산권(IP) 사업 수익이 존재하지만, 이는 기존의 직접 거래 방식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경제학적으로 티켓 값이 0원이라는 것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정지되었음을 뜻합니다. 이렇게 직접 거래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거대한 '외부효과(Externality)'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획사의 사적 수익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전체 무대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편익과 비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서울의 이미지가 높아지는 '긍정적 외부효과'와 소음 및 혼잡으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가 충돌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축제의 환호성 뒤에는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본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서울 교통의 심장부인 세종대로가 통제되면서 주변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고, 배달 종사자들과 퀵서비스 기사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냈습니다. 또한 극심한 정체로 결혼식 하객들이 도착하지 못하거나, 축가 소리가 공연 리허설 소음에 묻히는 등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거대 이벤트가 어떻게 개인의 사적 권리와 평온한 일상에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공연으로 국가 브랜드가 상승하거나 인근 상권이 활성화돼 혜택을 입은 다수의 시민은 그 이익을 당연시하며 특별히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반면, 결혼식을 망치거나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수는 강력하고 구체적인 분노를 표출합니다. 이러한 목소리의 크기 차이는 자칫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수혜자의 편익이 피해자의 고통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유익한 이벤트가 위축되거나, 반대로 부정적 외부효과를 외면한 채 무분별한 행사가 남발되면, 외부효과가 큰 행사들은 '사회적 최적' 수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결국 '사회적 최적'이라는 차가운 경제학 용어가 따뜻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타인의 불편함에 대해 '당연한 희생'이 아닌 '미안함과 고마움'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수혜자는 자신의 이익 중 일부를 나누어 피해를 보상하려는 제도적 노력에 동참하고, 피해자는 감정적 분노를 넘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은 왜곡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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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코끼리
하얀 코끼리는 겉은 화려하지만 유지비가 과도하게 들어 실익이 없는 애물단지를 뜻한다.
고대 태국 국왕이 미워하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하사해 사육비로 파산하게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현대 경제에서는 올림픽 경기장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였으나 활용도가 낮아 적자만 내는 대규모 시설을 비유한다.
겉치레에 치중해 실질적인 경제성을 놓친 투자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