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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62만원 주려다 63조원을?… 황당한 금융사고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입력 2026-03-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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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출처: Nano Banana 생성)

 

Q. 지난 2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벤트 당첨자들에게 62만원씩 나눠 주려던 직원이 실수로 '62만 비트코인'을 입력해버린 것이죠. 당시 시세로 따지면 무려 63조원이 넘는 돈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궁금증이 생깁니다. 빗썸은 그렇게 많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 엄청난 액수가 사람들의 계좌에 찍힐 수 있었을까요?

 

진짜 코인'이 아니라 '장부상의 숫자'

 

우리가 은행 앱을 켜서 잔액을 확인할 때 스마트폰 안에 실제로 지폐가 들어있는 건 아니죠? 은행 시스템 서버에 '이 사람의 잔액은 얼마'라고 기록된 데이터가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장부상 거래'라고 합니다. 거래소 내부에서 코인을 주고받는 건 실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코인을 옮기는 복잡한 과정 대신 거래소 데이터베이스(장부)의 숫자만 바꾸는 식으로 처리되는 거예요. 빗썸이 가진 비트코인은 약 125개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장부에 "이 사람들에게 62만개씩 줘!"라고 입력하자, 시스템은 실제 금고에 코인이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장부 숫자만 '620,000'으로 바꿔버린 것이죠.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018년 삼성증권 사고입니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씩 입금해야 하는데, 실수로 주당 '1000'를 입력했습니다. 그 결과 존재하지도 않는 가짜 주식(유령 주식) 28억주가 직원들 계좌에 찍혔고, 이를 진짜인 줄 알고 팔아버린 직원들 때문에 주식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죠. 두 사건의 공통점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예요. 수조 원, 수십조 원이 움직이는 중요한 입력 과정에서 "정말 이 금액이 맞아?"라고 되묻는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이죠.

 

공급이 쏟아지면 가격은 떨어진다

 

이번 사고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중 15%나 폭락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경제학의 가장 기초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입니다. 갑자기 수많은 사람의 계좌에 '공짜' 비트코인이 엄청나게 생겼습니다. "이게 웬 떡이야!" 하며 사람들이 시장에 한꺼번에 코인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사려는 사람(수요)보다 팔려는 사람(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니 가격이 순식간에 뚝 떨어졌습니다. 빗썸은 다행히 40분 만에 상황을 파악하고 99%를 회수했지만, 이미 팔려나간 130억원어치의 코인은 빗썸이 자기 돈으로 사서 메워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디지털 금융 세상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수조 원이 생겨날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 그 자체보다, 그 돈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입니다.

 

비트코인 자체의 문제는 아니야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에 있다던데, 그 시스템이 문제인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는 경우를 봤는데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블록체인상에선 이런 거래가 불가능해요. 이번 사고는 블록체인 기술의 결함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편리하게 거래하기 위해 만든 거래소의 '내부 관리 시스템'에서 일어난 거죠. 거래소 장부는 거래소라는 한 회사가 모든 권한을 가진 '중앙 서버'를 운영해요. 그래서 그 회사 직원 한 명이 실수하거나 시스템에 오류가 나면 전체 숫자가 엉망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거래소 내부 시스템은 일종의 '메모장'과 같습니다. 주인이 "A에게 62만개 있다고 적어!"라고 명령하면, 실제로 금고에 코인이 없어도 메모장 숫자는 바뀔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가 바로 이 '가짜 숫자'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렇지 않아요.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가 전 세계 수만 대의 컴퓨터에 똑같이 복사되어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비트코인을 보내려고 하면, 전 세계의 컴퓨터들이 "잠깐! 너 진짜 62만개 가지고 있어?"라고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만약 내 지갑에 10개밖에 없다면, 아무리 62만개를 보낸다고 버튼을 눌러도 네트워크 자체가 이 거래를 거절해버려요. 이번 사고는 안전한 금고(블록체인)를 두고, 그 금고의 열쇠를 관리하는 관리소(거래소)에서 장부를 잘못 적어 소동이 벌어진 것과 같답니다.

서울양정중학교교사 경제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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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 거래

거래소 내부 DB만 수정(빠르지만 관리자 실수 위험 큼)

 

블록체인

네트워크 전체가 잔액 확인(느리지만 조작·오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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