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3-23 09:08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출처: Whisk 생성)
공공재(Public Goods)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가로등, 국방, 깨끗한 공기처럼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그 비용 부담의 문제에 직면하면 인간의 이기심은 복잡한 양상을 보입니다.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이라는 가상의 실험 모델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10명의 참가자에게 100만원씩 지급하고 두 가지 선택지를 주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첫 번째는 연 5% 이자의 '개인 통장'에 저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익률 20%의 '공동 통장'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단, 공동 통장의 수익은 기여도와 상관없이 10명에게 균등 배분됩니다. 모두가 100만원씩 공동 통장에 넣는다면, 1년 뒤 총액 1200만원을 나누어 각자 120만원을 수령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 통장에 넣었을 때(105만원)보다 훨씬 높은 '사회적 최적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전략적 사고가 개입합니다. 만약 나 혼자만 개인 통장에 돈을 숨기고 남들만 공동 통장에 기여한다면, 나는 공동 배분액 108만원에 개인 자산 105만원을 더해 총 213만원이라는 압도적인 이득을 취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실험 사례는 경제학에서 공공재의 공급 문제를 다루는 '공공재 게임'의 전형적인 모델입니다. 이와 같은 실험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미국의 존 레디어드(John Ledyard)입니다. 그는 실제 실험을 통해 인간이 공공재 기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초기 라운드에서는 참가자의 상당수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배정됐던 돈의 약 50%를 기부하며 협력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실험이 반복될수록 기부 금액은 0에 수렴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이런 논의에서 주의해야 할 사실은, 공동 기금에 기여를 멈춘 이들이 단순히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들은 자신의 전략적인 상황에서 '합리적 선택'을 한 주체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부에 편승해 혜택만 누리는 것이, 각자에게는 가장 유리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무임승차자(Free-rider)'의 등장은 협력하던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기고,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심리를 확산시켜 공공재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결국 공공재가 시장의 자율적인 의지에만 맡겨졌을 때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공공재의 속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국방'입니다. 2025년 우리나라는 국방 예산으로 6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거대한 예산 규모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방이라는 공공재가 흔들릴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예산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과 같은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입은 손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3월 초 전쟁이 시작되자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수백조 원이 증발하고,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 손실과 물가 상승이 우리 삶을 압박했습니다. 직접적인 교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의 불확실성'이 지불하게 된 비용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반도에서 실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요? 여러 안보 전문가와 경제 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전면전 발생 시 인명 피해는 논외로 하더라도 경제적 피해는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이 사라지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처럼 공공재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앞서 살펴본 실험처럼 개인의 자발적인 '선의'나 '필요'에만 맡겨두면 반드시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현대 국가는 공공재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할 때,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적인 강제력을 사용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개인의 소득 수준, 재산 정도 등을 고려해 세금을 징수합니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국방, 치안, 소방, 환경 등 우리 모두를 위한 공공재를 생산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합리적인 개인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좇다 공동체 전체가 붕괴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최선의 장치입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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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공공재는 비경합적이며, 비배제적인 재화나 서비스를 뜻한다.
비배제성은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을 소비에서 막을 수 없음을, 비경합성은 누군가의 소비가 타인의 소비량을 줄이지 않음을 뜻한다.
국방과 치안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특성 탓에 이득만 챙기려는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하며, 시장 자율에 맡기면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적게 생산되는 시장 실패가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는 조세를 통해 이를 직접 공급함으로써 사회적 후생을 최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