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입력 2026-03-16 09:07teen.mk.co.kr
2026년 05월 11일 월요일

(출처: Whisk 생성)
오늘은 조금 특별한 스포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월 9일(월) 미국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한 거대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바로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시애틀 시호크스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29대13으로 꺾고 영광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전광판의 점수보다 더 뜨겁게 바라본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 중간중간 나오는 '광고'입니다. 오늘은 이번 슈퍼볼을 통해 우리도 미국 경제의 흐름을 함께 읽어볼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30초'의 마법
이번 슈퍼볼의 광고 단가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습니다. 30초짜리 광고 하나를 내보내는 데 무려 110억원에서 150억원이 들었죠. 계산해 보면 1초에 약 5억원을 쓴 셈입니다.
"아니,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쓴다고?" 라며 놀랄 수도 있겠지만, 기업들이 바보는 아닙니다. 1억명 이상의 시청자가 동시에 한 화면을 바라보는 이벤트는 슈퍼볼이 유일하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온라인 광고가 대세였지만, 기업들은 다시 TV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주목도를 가진 슈퍼볼 광고만큼은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광고판을 보면 요즘 유행이 보인다
기업들이 이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올해 광고의 키워드는 '유머'와 '위로'였습니다. 사실 요즘 미국 사람들은 물가도 오르고 정치적인 갈등도 심해져서 마음이 조금 지쳐 있어요. 이럴 때 기업들은 심각하고 딱딱한 메시지보다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거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전략을 택합니다. "우리가 여러분의 힘든 마음을 알고 있어요, 같이 웃어봐요!"라며 손을 내미는 것이죠.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지갑도 열린다는 경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돈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자본의 지도)
슈퍼볼 광고주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지금 미국에서 어떤 산업이 가장 '잘나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유독 눈에 띄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두 가지였어요. 역시 대세는 AI입니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AI 기업이 광고를 냈어요. 이는 미국 자본이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특히 최근 큰 화제가 된 비만 치료제 관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등장했어요. 사람들이 어디에 돈을 쓰고 싶어 하는지 기업들이 정확히 짚어낸 것이죠.
광고로 보는 미국 경제 타임머신
슈퍼볼 광고주가 바뀐다는 건, 단순히 인기 있는 브랜드가 바뀌는 게 아니라 세상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어떤 기업들이 슈퍼볼의 주인공이었을까요? 1980~1990년대엔 '콜라와 맥주의 전쟁'이었어요. 이 시기엔 코카콜라, 펩시 같은 음료 회사와 버드와이저 같은 맥주 회사가 광고판을 점령했거든요.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앉아 먹고 마시는 전형적인 소비가 경제의 핵심이었던 시절이죠. 1984년엔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선보이며 광고를 내보냈는데, 이 광고는 지금까지도 전설로 불려요. 2000년 슈퍼볼은 아예 '닷컴볼'이라고 불릴 정도였어요. 당시 '닷컴(.com) 버블'이 정점이었거든요. 수익도 나지 않던 신생 인터넷 기업들이 수십억 원을 들여 앞다투어 광고를 했었죠. 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1년도 안 되어 사라졌습니다. 거품이 낀 경제의 위험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어요.
2022년에는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광고판을 싹쓸이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그 자리를 AI와 헬스케어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자본이 유행을 타듯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경제는 흐름을 읽는 게임
이번 슈퍼볼은 시애틀 시호크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누가 터치다운을 찍느냐보다 '어떤 산업이 광고판을 점령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이벤트가 여러 산업에 줄줄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제적 파급 효과라고 합니다. 우리도 앞으로 슈퍼볼 소식을 들을 때, 단순히 점수만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은 '자본의 이동'을 상상해 보는 게 어떨까요? 기업들이 왜 1초에 5억원을 쓰는지, 왜 올해는 인공지능 광고가 많은지 고민해 보면 점차 훌륭한 경제학자의 눈을 갖게 될 거예요.
서울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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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파급 효과
하나의 사건이 호수의 파동처럼 다른 산업에 줄줄이 영향을 주는 현상이에요.
슈퍼볼 경기로 인해 피자 주문이 폭주하고 신형 TV 판매가 급증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