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3-09 09:07teen.mk.co.kr
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출처: Whisk 생성)
인류의 위대한 천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미적분학을 정립하며 현대 과학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그는 우주의 질서와 천체의 관계를 명쾌한 수식으로 풀어낸 인물이지만, 정작 자신의 자산이 걸린 주식 투자에서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18세기 초 영국을 뒤흔든 남해회사 거품 사건 당시, 뉴턴은 초기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주가가 멈추지 않고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이전보다 훨씬 큰 금액을 들여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거품이 터지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뉴턴은 현재 가치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뼈아픈 경험 이후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투자가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집단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고도의 심리전임을 시사합니다.
최근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역동적인 반전의 드라마를 쓰고 있습니다. 2024년 말 240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75% 급등하며 연말 4200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는 2026년에도 이어져 현재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5800을 넘어서며 미답의 영역인 5000 시대에 안착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일시적 과열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한 레벨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질적인 해소 과정으로 분석합니다. 과거 한국 증시는 낮은 주주환원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저평가됐지만, 2025년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세제 혜택이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을 강력하게 끌어들인 결실이라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립니다. 긍정론자들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이 여전히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을 들어 지금의 상승은 저평가의 해소 과정일 뿐 거품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만큼 실적에 기반한 상승은 정당하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뉴턴이 경고한 계산할 수 없는 광기가 시작됐다고 지적합니다.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와 같은 전문가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론에 젖어 있을 때 예기치 못한 조정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직선으로만 상승하지 않으며, 가파른 상승 뒤에는 반드시 숨 고르기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승세에 취해 무분별하게 뛰어들기보다는, 냉정한 시각으로 시장의 펀더멘털을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주식시장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시대를 관통하는 투자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입니다. 그레이엄의 핵심 메시지는 주가와 '내재가치(intrinsic value)' 사이의 괴리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 차이를 기회로 삼되 원칙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시장을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변덕스러운 인물에 비유하였습니다. 미스터 마켓은 매일 찾아와 주식을 사거나 팔자고 제안하는데, 어떤 날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또 어떤 날은 공포에 질린 듯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합니다. 그레이엄은 투자자가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휘둘리지 말고,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게 거래될 때 형성되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믿지만, 돈이 걸린 문제 앞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심리적 오류에 빠지곤 합니다. 시장이 과열될 때는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군집행동(herd behavior)으로 번지기 쉽고, 그 끝은 뉴턴이 경험했던 사례처럼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투자의 성패는 차트를 읽는 기술만큼이나, 내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개인의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다만 원칙 없는 투자는 달콤해 보이지만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전마진
안전마진은 기업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보다 충분히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하방 위험을 줄이려는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내재가치-시장가격)÷내재가치로 '할인율'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내재가치가 5만원이고 시장가격이 4만원이라면 안전마진은 20%다.
이렇게 확보한 여유분은 돌발 악재를 흡수하는 완충장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