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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0일 화요일

비행기 탑승객 몸무게 줄면 연 수천억 절약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입력 2026-02-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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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ChatGPT 생성)

나비효과 (ChatGPT 생성)

 

여러분,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공항 카운터에서 캐리어 무게를 잴 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나요? 저는 항상 기본적으로 챙겨가는 짐이 많은 편이라, 언제나 캐리어 무게를 미리 재보곤 해요. 1㎏이라도 넘으면 추가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간혹 짐을 다시 풀어서 옷을 껴입은 적도 있답니다. 항공사가 이렇게 무게에 예민하게 구는 이유가 뭘까요? 짐칸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그 이면에는 항공사의 생존이 걸린 치열한 '비용 절감' 전략과 흥미로운 경제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항공사가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바로 연료비(기름값)예요. 비행기를 한 번 띄우는 데 드는 연료비는 전체 영업 비용의 약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차지하거든요. 기름값이 오르면 항공사의 수익이 순식간에 깎이기 때문에, 항공사는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겁니다.

 

효율성은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최대한의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하는 건데, 무게를 줄여서 가능한 비용을 줄이는 게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되는 거죠. 비행기가 무거울수록 지구 중력을 이기고 하늘을 날기 위해 더 많은 기름을 태워야 합니다. 그래서 항공사들에 '무게'는 곧 ''과 같습니다. 1g이라도 더 줄여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항공사들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시도한 방법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과거 아메리칸항공은 기내식 샐러드에서 올리브를 딱 한 알씩만 뺐습니다. 올리브 한 알의 무게, 1g이나 될까요? 승객들은 눈치채지 못할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이 작은 시도로 항공사는 연간 4만달러(5000만원)의 연료비를 아꼈습니다.

 

작은 무게 변화가 전체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죠. 비행기 조종사들이 비행할 때 보던 항로 지도와 매뉴얼은 책자로 만들면 그 무게가 무려 20~30㎏에 달하는데요, 최근 항공사들은 이를 가벼운 태블릿PC로 전부 교체했어요. 종이 무게만 줄여도 비행기 한 대당 연간 수천만 원의 기름값이 절약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페인트칠도 하지 않는 항공사도 등장했어요. 비행기 전체를 덮는 페인트의 무게만 수백 ㎏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특수 경량 페인트를 개발해 칠하거나, 아예 도색을 포기하고 알루미늄 동체를 그대로 노출해 무게를 줄이는 항공사도 있습니다.

 

'사람의 몸무게'까지 경제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모아 에어는 세계 최초로 승객의 몸무게와 짐 무게를 합쳐서 요금을 내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더 많은 연료를 쓰게 만드는 승객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죠. 그런데 최근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뜻밖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제프리스)은 승객들의 평균 몸무게가 약 10% 줄어들면, 항공사가 연간 8000억원 이상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수익과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비만 치료제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약을 소비했어요. 항공사 비용을 줄여줄 목적은 전혀 없었죠.

 

하지만 제약회사의 비만약 개발과 사람들의 비만약 소비는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항공사의 지갑을 채워주는 결과를 낳았어요. 경제 활동이 그와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는 걸 경제학에선 '긍정적 외부 효과'라고 불러요. 비만약이 항공사의 비용 절감에 영향을 준 건 긍정적 외부 효과의 모습이죠.

 

하지만 무게를 줄이는 것이 늘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승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사 먹던 샌드위치나 맥주, 간식거리를 예전만큼 찾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기름값은 아껴서 좋지만, 기내 간식을 팔아 벌던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관계를 '트레이드 오프(Trade-off)'라고 불러요.

 

항공사의 '무게와의 전쟁'은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구두쇠 같은 행동이 아닙니다.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치열한 경제 활동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비행기 안의 올리브 한 알, 얇아진 의자 시트, 그리고 최근의 비만 치료제 열풍까지. 이 모든 것은 '경제'라는 끈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주변의 작은 변화를 볼 때, "이것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까?"라고 질문해 보세요.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더 깊어질 거예요!

서울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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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효과

 

비만 치료제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뜻밖에도 항공사의 연료비가 절감되는 이득을 준 것이죠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한 경제 주체의 행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외부 효과'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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