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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목요일

10원짜리 동전은 왜 더 작고 얇아질까?

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6-01-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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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동전 (출처: 연합뉴스)

 

여러분, 혹시 집에 굴러다니는 10원짜리 동전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2006년 이전에 만들어진 '옛날 10'은 크고 묵직한 구리색이었는데, 요즘 나오는 '10'은 크기가 훨씬 작고 무게도 아주 가볍습니다. 색깔마저 밝은 주황색이라 마치 '부루마불' 게임에서 쓸 법한 장난감 돈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옛날 10원 동전은 지름 22.86㎜에 무게가 4.06g이었던 반면, 지금 우리가 쓰는 동전은 지름 18㎜에 무게는 1.22g에 불과합니다. 무게가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도대체 왜 동전은 이렇게 급격히 작아지고 가벼워진 걸까요? 이 작은 동전의 변화 속에는 시뇨리지, 멜팅 포인트, 그리고 인플레이션 조세라는 중요한 경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동전이 작아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비용'입니다. 과거의 10원 동전은 구리와 아연을 섞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동전을 만드는 금속의 가치가 동전의 액면가인 10원보다 비싸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과거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을 때, 10원짜리 동전 하나의 금속 가치는 30~40원에 달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옛 10원짜리 동전으로 10만원어치(1만개)를 모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를 은행에 가져가면 그대로 10만원이지만, 만약 이것을 녹여서 금속으로 내다 판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당 30원으로만 계산해도 30만원이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20만원의 시세 차익, 즉 원금의 2배가 넘는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화폐의 소재 가치가 액면 가치를 넘어서는 시점을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우리는 화폐 제조 비용과 액면 가치 사이의 차익, '시뇨리지(Seigniorage)'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시뇨리지는 '봉건 영주(Seignior)'를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국왕이나 영주만이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독점적인 주조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화폐 발행을 통해 얻는 이익을 시뇨리지라고 불렀습니다.

 

쉽게 말해 5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만드는 데 1000원이 든다면, 화폐를 발행하는 주체는 49000원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과거 영주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이 이득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전쟁 비용이나 사치스러운 궁전 건축비가 필요해지면, 멀쩡한 금화나 은화를 거둬들인 뒤 이를 녹여 값싼 구리나 납 같은 불순물을 몰래 섞어 다시 찍어냈습니다.

 

금화 100개를 녹여 불순물을 섞어 110개를 만들어낸다면 영주는 10개만큼의 공짜 이익을 챙길 수 있었겠죠. '시뇨리지'라는 용어 속에는 화폐 발행권이라는 특권을 이용해 지배층이 챙겼던 이득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10원짜리 동전은 만드는 비용이 액면가 10원보다 비싸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마이너스 시뇨리지'입니다. 하지만 지폐와 같은 고액권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시뇨리지가 발생하며, 역사적으로 정부는 이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시뇨리지를 얻기 위해, 혹은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목적으로 돈을 마구 찍어낼 때 발생합니다. 이를 '확장적 통화정책'이라고 하는데, 당장은 시중에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 대가는 혹독합니다. 시중에 돈이 너무 흔해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건의 가격, 즉 물가는 오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10원짜리 동전이 멜팅 포인트에 도달해 작아진 것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물가가 오르고 화폐 가치가 떨어져온 결과입니다. 과거부터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 경기 부양의 효과를 누리는 동안, 그 부작용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져 10원이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돈'이 되어버린 것이죠.

 

화폐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이를 유지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듭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의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도 10원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겪어온 인플레이션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작고 가벼운 10원짜리 동전, 그 동전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뿐만 아니라 화폐 발행의 특권을 쥔 자들의 역사,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물가와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경제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강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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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조세

 

인플레이션 조세는 정부가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해 물가가 상승할 때 발생하는 경제 현상이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가 하락해 국민이 가진 돈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데, 이는 마치 정부가 국민에게서 세금을 걷어간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 인플레이션은 법적인 세금은 아니지만 정부가 통화 증발을 통해 국민의 부를 가져가는 '보이지 않는 세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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