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 2025-12-01 09:07teen.mk.co.kr
2026년 01월 13일 화요일
Whisk 생성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을 때 혼란스러워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체계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대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는 1972년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복잡한 결정을 내릴 때 '요인별 제거법'을 자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선택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안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결정을 단순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최선의 선택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실험에서 잼의 종류를 6가지로 제시했을 때보다 24가지로 제시했을 때 오히려 전보다 잼이 전체적으로 적게 판매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혼란을 느끼고 결국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기준에만 집중해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적절하지 않을 때 더 나은 대안을 스스로 배제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컴퓨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가격은 무조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면 그 조건에 맞지 않는 제품은 단번에 제외됩니다. 이후 "무게 1.5㎏ 이하" "메모리 16GB 이상" 같은 조건을 차례로 적용하면서 남은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겉보기에 이와 같이 우선순위를 둔 선택 방식은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방법입니다. 처음 설정한 기준이 전체 판단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 편집이나 디자인 작업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냉각장치의 성능이지만 "100만원 이하"라는 기준을 먼저 적용하면 필요한 사양을 갖춘 제품은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됩니다.
이 같은 인간의 경향성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뇌가 복잡한 사고를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복잡한 판단을 내릴 때는 뇌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가능한 한 이를 피하려고 합니다. 이런 특성은 짧은 시간 안에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원시 환경에서 유리한 전략이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오류를 낳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지금 대학 선택을 앞둔 학생들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수능이 끝난 지금 많은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 "취업률이 높은 학과" "친구들이 가는 학교"와 같은 몇 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지원 대학을 빠르게 좁혀 나갑니다. 물론 일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학 선택은 단순히 '제거의 과정'이 아니라 '종합적 평가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대학은 이름이나 지역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전공 적합성, 교수진 전문성, 강의 수준, 장학 제도, 교환학생 기회, 캠퍼스 분위기,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생활 여건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학교는 취업률이 조금 낮더라도 전공 수업의 깊이가 뛰어나고, 학생 중심의 학습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름값이 높더라도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이거나 학생 지원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명한 대학 선택을 위해서는 단일 요인에 의존하지 말고 각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총체적인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관심 있는 대학 3~4곳을 정한 뒤 전공, 교육 환경, 장학금, 진로 지원, 캠퍼스 여건 등을 항목별로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겨 보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비교하면 "서울이라서 좋은 대학"이 아니라 "나의 목표에 더 적합한 대학"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인별 제거법의 핵심 오류는 처음 세운 기준을 절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선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을 서둘러 정해버리면 나중에 더 중요한 요인을 발견해도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후회를 낳기 쉽습니다. 따라서 대학을 고를 때는 '나의 가치와 목표'를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합니다.
즉 "어떤 대학이 더 유명한가?"보다 "어떤 대학이 나의 삶과 진로 목표에 더 적합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공부할 때 더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대학이 그 가능성을 가장 잘 지원해주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