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 교사·경제전문작가
입력 2025-11-24 09:07teen.mk.co.kr
2026년 01월 13일 화요일
지난주 학원에서 영어 기사를 읽었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는데, 최근 담배 회사들은 이익이 오히려 많이 늘었다는 거예요. 찾는 사람이 줄었는데, 어떻게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죠?
(Whisk로 생성한 그림)
A. 손님이 100명에서 60명으로 확 줄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마법의 가게가 있을까요? 상식적으로는 손님이 줄면 장사가 덜 되고 가게가 어려워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담배 회사들의 이야기를 찾아봤어요. 2025년 10월 26일 '이코노미스트'에서 "미국의 담배 회사들은 소비자가 줄어들었음에도 올해 약 220억달러의 운영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더군요. 대체 담배 회사들은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요? 여기에는 아주 영리한 경제학 원리가 숨어 있어요.
지난 10년 이상, 미국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하며 담배를 점점 덜 피우고 있어요. 성인 흡연자 수가 2000만명 가까이 줄었고, 전체 담배 판매량은 3분의 1 이상 뚝 떨어졌죠. 고객이 이 정도로 크게 사라지면, 그 산업은 곧 망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실제로 담배 산업은 오랫동안 '사양 산업'(쇠퇴하는 산업)이라고 불려왔죠. 하지만 2025년 상반기 미국 담배 회사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비슷해서, 2025년 상반기 담배사업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5% 증가했어요.
담배 회사들이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핵심 열쇠는 바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라는 개념이에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물건 가격이 변할 때, 소비자들이 구매량을 얼마나 민감하게 조절하는지를 나타내는 경제 용어죠.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다는 건, 가격이 오르면 비싸서 안 산다며 소비량을 확 줄일 수 있는 걸 말해요.
반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건, 가격이 올라도 소비량을 거의 줄이지 못하는 걸 말하죠.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 흡연 공간의 축소, 담배에 대한 높은 세금 부과 등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끊었어요.
현재도 담배를 피우는 '남아 있는 고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바로 중독성과 습관성이 너무 강해서 가격이 올라도 쉽게 금연을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서 그들에겐 가격이 오르든 말든 '꼭 사야 하는 물건'인 거예요. 담배 회사들은 이 시장이 가격 탄력성이 아주 낮은 시장이 되었다는 것을 파악한 겁니다.
시장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것을 확인한 담배 회사들은 판매 전략을 완전히 바꾸었어요. 줄어든 판매량에 신경 쓰지 않고, 가격을 최대한 높인 겁니다. 담배 회사들은 100개를 팔아 100원을 벌던 구조를 버리고, 60개만 팔아도 120원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바꾼 겁니다.
그냥 가격만 올리기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었어요. 냄새, 재, 연기가 나지 않는 '깨끗한 럭셔리 담배' 이미지를 씌운다거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쓰는 식이었죠. 줄어든 판매량(개수)의 손실보다, 크게 올려 받은 가격(마진)의 이득이 훨씬 더 커진 겁니다.
담배 회사들은 적게 팔아도 이익을 더 크게 남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했고, 사양 산업의 그림자 속에서도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게 된 겁니다.
가격을 높여 줄어든 판매량을 이기도록 하는 전략은 주로 유럽의 명품 브랜드에서 써왔어요. '어차피 우리를 찾는 사람은 계속 찾는다'는 자신감으로요. 하지만 너무 지나쳤던 걸까요? 소비 트렌드의 변화일까요? 전반적으로 명품 브랜드의 이익이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담배 회사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경제 원리를 가르쳐 줍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제품에 대해 회사는 가격을 올려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쉬워요. 갑자기 아플 때 사야 하는 약, 매일 쓰는 치약, 음식에 넣는 소금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편입니다. 가격이 싸다고 많이 사지도 않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안 살 수도 없죠. 그렇지만 생활필수품이 너무 비싸지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니까 국가에서 지나치게 가격을 높이지 못하도록 규제해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은 상품은 할인 행사를 할 때 오히려 회사의 이익이 커질 수 있어요.
편의점에서 어떤 상품에 1+1, 2+1 할인 행사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소금, 치약 같은 필수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일정량을 사니까 가격 할인을 잘 안 해요. 가격 할인을 하면 손길이 더 가게 되는 과자, 초콜릿 등이 행사를 하고 있지 않던가요? 기업들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을 고려해서 마케팅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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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의 가격 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
물건 가격이 변할 때 소비자들이 구매량을 얼마나 민감하게 조절하는지를 나타내는 경제 용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다는 건, 가격 오르면 비싸서 안 산다며 소비량을 확 줄일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