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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요즘 MZ 세대는 명품 안산다고요?

매일경제 디그

입력 2025-08-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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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취업하면 우리 엄마 명품백 하나 사줘야지…."

 

바야흐로 10년 전. 제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속에 새겨둔 다짐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취업 준비생도 비슷한 목표가 있었죠.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 이름만 들어도 반짝이는 명품을 부모님께 훈장처럼 달아주고 싶단 마음이랄까. 그만큼 명품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거죠.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명품 업체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에요. 젊은 세대에게 지속적으로 외면을 받으면서 실적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어요.

 

세계 명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 악화에 빠졌어요. 루이비통·셀린느·디올·지방시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그룹 LVMH는 올 상반기 매출 398억유로(63조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나 줄어든 거예요. 2024년 매출이 -2% 역성장한 상황에서 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진 거죠. 특히 핵심 사업인 패션·가죽 제품 부문의 판매가 9%나 감소한 것도 뼈아팠고요.

 

구찌를 보유한 케링그룹도 상황은 비슷해요. 케링은 상반기 그룹 순이익이 47400만유로(7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어요. 매출도 76억유로(12조원)16%나 줄어들었죠.

 

명품 브랜드가 타격을 받은 이유는 유럽·미국 등 소비력이 풍부한 나라의 젊은 세대들에게 외면받고 있어서예요. 서구권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점점 과소비하지 않는 추세거든요. 저성장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 역시 고정돼 있으니 명품을 살 여력이 없는 거죠.

 

미국과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 'No-Buy 2025'라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가능한 한 새로운 물건 구매를 자제하자는 사회적 운동이었어요. 특히 1997~2012년생인 미국 젠지(Z세대)들은 이 같은 '언더컨슈머'(저소비 소비자) 유행에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고 있어요. 한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명품 소비자 수는 최근 2년간 5000만명이 감소해 4억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되는데, 젠지 감소 폭이 가장 컸다고 해요.

 

이런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서구 젊은이들은 더 이상 명품이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돈 많은 걸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입는 속물 브랜드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거예요. 값은 비싼데, 품질은 이에 버금가지 않는 명품 제품을 조롱하는 동영상이 화제를 모을 정도로요. 차라리 기존 명품보다는 장인정신과 진정성으로 무장한 브랜드에 지갑을 열고 있어요. '조용한 럭셔리' 흐름이에요.

 

명품들은 서구 젊은층의 대안으로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를 공략했어요. 중국과 한국이 핵심 시장이었죠. 중국은 세계 최대 명품 소비 시장이었고,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였거든요(몇 년 전부터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아이돌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쓴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하지만 양상은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명품 소비까지 덩달아 엄청나게 줄어버렸거든요. 지난해 중국 본토에서 명품 소비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나 감소할 정도였어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청년 실업 등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었어요.

 

시장에서는 명품이 올해 계속 부진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어요. 다만 올 하반기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에요.

 

명품업체의 더욱 본질적인 해결책은 신흥 시장의 성장이에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면 그만큼 수많은 사람이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하기 때문이에요.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5000만명의 신규 명품 소비자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어요. 라틴아메리카, 인도, 중동, 아프리카 경제 성장에 따른 결과예요. 루이비통과 구찌가 인구 대국 인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중동에서 부유층을 겨냥한 이벤트를 여는 것도 미래 시장에 씨앗을 뿌리기 위한 전략이에요.

 

기존 4억명의 소비자를 붙잡는 것도 브랜드 생존에 핵심 열쇠로 꼽혀요. 5000만명이 새로 들어오더라도 1억명의 기존 소비자들이 이탈하면 결국 시장은 쪼그라드는 셈이니까요. 주력 소비계층이면서 동시에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와요. 명품이 다시 그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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